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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황유원의 어쩌다 마주친 문장] [2] 안녕, 대한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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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냉이만 알던 내게 고소한 팝콘 냄새가 나던

대한극장은 신세계였습니다.



-배창호 감독의 대한극장 폐관 관련 인터뷰에서

늘 오랜 친구처럼 거기 있던 대한극장이 문을 닫은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곳에서 본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약간 어처구니없게도 ‘팔로우’라는 공포영화다. 미지의 ‘그것’이 주인공을 ‘따라오는’ 영화. 보고 나서 나를 따라오는 게 마감과 죽음 말고 또 뭐가 있는지 생각했었다. 이제 따라오는 게 몇 개 더 늘었다. 대학원 시절 논문을 쓰다 말고 부리나케 달려 나가 착석하던 기억, 눈이 펑펑 내린 어느 날 친구와 함께 다 젖은 신발로 ‘007′ 신작을 보러 가던 기억. 배창호 감독에게는 신세계의 시작이었던 그곳이 내게는 어쩌면 구세계의 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구세계의 낭만이 앞으로 얼마나 더 그리워질지 짐작도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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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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