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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테크M 트렌드] AI'만' 좋은 시장...AI 사업 성적 따라 실적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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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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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작된 IT 기업들의 3분기 실적시즌 핵심은 'AI'로 보입니다. AI 사업에 자신있는 기업들은 좋은 성과를 거뒀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눈물을 훔쳐야 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기업 내부에서도 AI 사업과 타 사업 간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런 AI 쏠림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 기업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 빅테크들이 AI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시장의 '극과 극'

AI 투자의 가장 큰 수혜주는 누가 뭐래도 엔비디아입니다. 'AI 거품론'으로 잠시 주춤하나 싶었던 엔비디아 주가는 어느덧 140달러선을 넘어 시가총액 1위 애플을 턱끝까지 추격하고 있습니다.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AI 칩 '블랙웰'의 수요가 "미쳤다"고 언급했고, 내년 생산분이 이미 모두 '완판'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어느정도 불안감을 씻어낸 모습입니다.

이런 블랙웰 완판에 'HBM 완판'으로 함께 수혜를 보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SK하이닉스입니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장악한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치인 17조5700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7조원을 돌파하며 AI 반도체 시장이 여전히 뜨거움을 대변했습니다. 지난달 국내 반도체 업계를 서늘하게 만들었던 '반도체 겨울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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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회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용 솔리드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호실적의 원동력은 역시나 'AI'였습니다.

AI를 제외한 범용 반도체 전망은 어두워보입니다.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12만원까지 내려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모건스탠리는 이날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이후 목표 주가를 13만원으로 올리며 "우리의 평가가 단기적으로 틀렸다"고 시인했습니다. 허나 메모리 업황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투자의견은 '비중축소'를 유지했습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이며, 중국 경쟁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8일 잠정실적 발표 이후 투자자들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메모리 사업은 서버 및 HBM의 견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범용) 제품 공급 증가 영향과 일회성 비용, 환율 영향 등으로 실적이 악화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아직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작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범용 반도체 비중이 높아 결국 3분기 SK하이닉스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AI 시대에 빠르게 올라타지 못한 대가가 가혹한 상황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희비'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AI 바람이 거셉니다. 유럽 최대 기술 기업인 독일 SAP는 올 3분기 클라우드 사업 부문에서 괄목할 성장을 거두며 호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경기침체 상황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적이라 눈에 띕니다.

이 회사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43억5100만유로(약 6조5000억원)였는데, 신규 체결된 클라우드 거래 중 약 30%가 업무용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호실적으로 자신감을 얻은 SAP는 올해 올해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매출 전망을 290억~295억유로에서 295억~298억유로로 상향하기도 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서비스나우 역시 AI로 웃었습니다. 이 회사는 3분기 매출이 27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 늘었고, 특히 구독 매출이 23% 증가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수백개의 새로운 AI 및 자동화 혁신 기능을 도입한 '자나두 릴리스', 생성형 AI 기능 '나우 어시스트' 등의 출시 효과로 풀이됩니다. 이 회사 역시 AI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연간 구독 매출 가이던스를 종전 105억7500만~105억8500만달러에서 106억6000만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간 AI 시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IBM은 주춤한 모습이었습니다. IBM은 3분기 매출 149억7000만달러를 기록,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AI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0% 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AI'만' 좋고 다른 인프라, 컨설팅 등의 주요 사업이 주춤했기 때문입니다. IBM는 고금리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AI를 제외한 다른 IT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 가른 실적 전망

국내에도 한글과컴퓨터, 더존비즈온 등의 기업들이 AI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표될 이들의 실적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한컴은 지난 9월 생성형 AI 기반의 '한컴독스 AI'를 출시했고, '한컴피디아', '한컴어시스턴트' 등 신규 서비스의 기술검증(PoC)도 진행 중입니다. 한컴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런 신사업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익률 개선에 큰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더존비즈온은 지난 6월 기업 핵심 업무 솔루션과 생성형 AI 챗봇을 결합한 'ONE AI'를 출시했는데, 4개월만에 기업 계약이 1000건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ERP, 그룹웨어, EDM 등 주요 솔루션에 AI를 통합해 업무프로세스 자동화와 효율화를 이룰 수 있었던게 비결이었습니다. 더존비즈온 역시 3분기에 큰 폭의 영업이익 개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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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존비즈온 'ONE AI' 로고 /사진=더존비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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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업이 업종 내에서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들도 희비가 갈리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3분기 영업이익이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반면, 카카오는 9% 감소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실적이 발표된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온도차가 AI로 인해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꾸준히 AI 기술력을 높이며 이를 광고 등 주력 사업에 적용해 이익률을 개선해온 반면, 카카오는 대내외 악재들에 대응하느라 AI 전략이 늦어졌고, 이게 실적 차이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카카오는 최근 열린 '이프 카카오' 행사에서 새로운 AI 브랜드 '카나나'를 선보이며 AI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카카오가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는 가운데 네이버 역시 다음달 개발자 콘퍼런스 '단(DAN) 24'를 통해 AI 기술력을 외부에 알릴 예정입니다. 기업들의 실적이 AI에 좌우되고 있는 만큼, 두 행사에 쏠린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걸 느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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