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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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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릴 죽이는 건 스트레스가 아니라 이것"…노벨수상자의 조언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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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대처법

스트레스 대처법



급격한 기온 변화는 심근경색의 뇌관

명상 등 마음챙김으로 스트레스 관리

얇은 옷 겹쳐 입고 새벽 운동 자제를

중앙일보

출처: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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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와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들은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트레스다. 두 주인공 모두 스트레스 척도(홈즈-라헤사회 재적응 척도)에서 150점을 훌쩍 넘어 건강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 척도는 지난 1년간 겪은 사건에 따라 점수를 매겨 스트레스 강도를 평가한다. 배우자의 사망이 가장 높은 100점이다. 이혼(73점), 불화(65점), 중대한 법적 문제(63점), 가족의 죽음(63점), 질병(53) 순으로 점수가 높다. 결혼(50점), 새 직장(36점)과 같이 긍정적인 사건도 포함된다.

스트레스 총합이 150점을 넘으면 2년 내 심혈관 질환이나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이 37%, 300점을 넘으면 79%로 치솟는다. 운동, 명상, 화초 가꾸기 등 신체·정신 면역력을 높이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조커의 주인공 아서 플렉은 실직, 어머니의 죽음, 법적 문제에 얽히며 점차 폭력적으로 변한다. 사회에 반감을 품고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 반면에 포레스트는 어머니와 여자친구 제니의 죽음으로 크게 상심하지만 달리기라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흔히 비만, 고지혈증, 흡연, 운동 부족을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의 뇌관이 스트레스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심장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인 상황에서 급격한 기온 변화는 심근경색의 뇌관이 된다. 일부만 막혀 있던 혈관도 갑자기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심장이 견디지 못해 수분 안에 돌연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만성 스트레스는 심리적 부담을 넘어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 내벽을 손상시킨다. 동맥경화와 심장병·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담배, 술, 폭식으로 풀려는 경향도 있다.



건강할수록 심박 변이도 높아



스트레스가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생체 신호의 하나는 ‘심박 변이도’다. 심장 박동 간의 변화인데 건강할수록 변이도는 높다. 심장이 다양한 자극에 유연하게 반응하고 안정된 상태임을 나타낸다. 이완 상태에 반응하는 부교감신경이 잘 활성화돼서 그렇다. 일반 성인의 심박 변이도는 19~75밀리초(1ms=1000분의 1초)다.

반면에 낮은 심박 변이도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다. 심장에 부담이 크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심박 변이도는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 스마트링으로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당사자가 사건을 해석하는 방향에 큰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스 연구의 선구자로 195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한스 셀리에는 “우리를 죽이는 것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를 강조

한 말이다. 판단력과 감정 조절 등을 주관하는 전두엽에서 ‘대수롭지 않고 견딜만하다’고 인식하면 스트레스 반응이 약하다. ‘통제할 수 없고 낯선 상황’으로 인식하면 강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난다.

인생의 여러 요소에 통제 욕구가 강한 완벽주의적 성향이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기 쉽다. 돌발 변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상황을 수정하려고 골몰하다가 스트레스 강도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다루는 심리적 훈련은 스트레스 반응 강도를 낮추는 데 도움된다. 그 방법으로는 첫째, 사건·상황에 심리적 거리감을 유지하는 연습이다. 스트레스받는 사건을 평가하거나 예견하기보다는 그 사건이 내 인생 전반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바라보고, 결국 지나갈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심신이 소진해있으면 현재 경험하는 상황이 극도로 증폭된다. 인생 전반이 온통 해당 사건과 감정으로 채워진다는 심리적 착시를 가져온다.



친절함·선행도 심장 건강 도움



둘째로 명상, 요가, 심호흡 같은 마음챙김 기술이다. 이완 기법을 연습하면 스트레스 반응에 대처하는 능력을 단련시켜 준다. 자율신경계를 안정시켜 심박 변이도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감사·행복 같은 충만한 감정도 그렇다. 기분이 좋았거나 감사하고 행복했던 상황, 당시 내 생각과 행동을 글로 적어봐도 좋다.

셋째는 사회적 연결망이다. 사람과의 연결이 강할수록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더 나은 대처 방안을 찾는 능력이 강화된다. 고립에 따른 만성적인 외로움 상태를 몸은 스트레스 상황으로 본다. 실패를 과도하게 두려워하고 자책하게 돼 심리적 장벽이 생긴다. 주변 사람에게 대화를 걸고 도움을 요청하길 망설이지 않는 게 좋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함·선행을 베푸는 것도 유사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타적 행동에서 오는 정서적 포만감이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는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란 용어가 있다.

찬 바람이 불 땐 심장에 스트레스를 주는 급격한 기온 변화를 조심해야 한다.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신문·택배를 가지러 나가는 행동도 심장엔 부담이다. 갑자기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강하게 수축한다. 두꺼운 옷 한 겹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입고, 새벽·아침에 야외 운동과 산행은 자제하는 게 좋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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