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 돌아온 ‘글래디에이터2’
한국서 13일 전세계 최초 개봉
28세 메스칼, 속편 주역 발탁
리들리 스콧 “속편 위험한 작업…
1000년 전 로마 냄새까지 되살려”
고대 로마 검투 액션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의 24년만의 속편 '글래디에이터2'. 아일랜드 신예 폴 메스칼(왼쪽)이 새 로마 검투사 영웅 루시우스 역을 맡았다. 오른쪽은 로마 장군 아카시우스 역의 배우 페드로 파스칼. 1편보다 스케일을 키운 4차례 콜로세움 경기가 펼쳐진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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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은 위험한 작업이죠. 다들 1편보다 별로일 거라 생각하니까요.”
고대 로마 검투사 액션 ‘글래디에이터’(2000)로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할리우드 거장 리들리 스콧(86) 감독이 24년 만의 속편 ‘글래디에이터2’로 돌아왔다. 영화는 다음 달 13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한다(북미는 22일 개봉).
25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 간담회로 만난 백발 노장의 목소리는 세월을 비껴간 듯 힘이 넘쳤다. 속편을 완성한 소감을 묻자 “어떻겠나?”며 호탕하게 웃은 뒤 “1편 나오고 4년 뒤 첫 속편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별로여서 4년 더 묵혔다. 1편에서 생존한 모자(공주 루실라와 그 아들) 이야기로 콘셉트가 잡히면서 진척이 됐다”고 했다.
1편의 검투사 막시무스 역할로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러셀 크로, 폭군 황제 콤모두스 역의 호아킨 피닉스는 2편에선 1편 화면을 재편집한 회상 장면으로만 등장한다. 새 검투사 주역은 아일랜드 신성 폴 메스칼(28)이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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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고상 고전미 28세 메스칼, 새 로마 영웅
영화 '글래디에이터2' 촬영 당시 리들리 스콧 감독(왼쪽부터)이 주연 배우 폴 메스칼에게 연기 디렉션을 하고 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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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영웅이자 최고 검투사 막시무스가 황제 콤모두스의 계략에 죽고 20년 뒤, 로마는 피에 취한 쌍둥이 황제 게타(조셉 퀸)와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의 폭압 속에 여전히 신음한다. 로마의 식민지 노예이자 어릴 적 막시무스의 결투를 지켜본 루시우스가 콜로세움의 새로운 영웅으로 거듭난다.
예고편에서 고대 석고상 같은 중후한 인상을 남긴 메스칼은 이날 화상 간담회에선 대선배 덴젤 워싱턴, 코니 닐슨, 또래 프레드 헤킨저 곁에서 소탈한 청년의 매력을 뿜어냈다.
그는 스코틀랜드 저예산 영화 ‘애프터 썬’(2022)에서 11살 딸을 둔 20대 아빠 역할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에 올랐다. 그는 “런던에서 연극을 하던 중 에이전시를 통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락을 받고 그와 30분간 화상 통화한 뒤 캐스팅됐다. 그 뒤로 내 삶이 완전히 바뀌겠구나 예감했다”며 “촬영 중 스콧 감독이 항상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닭가슴살과 브로컬리를 먹고, 보디빌더 출신 트레이너와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하며 내 인생 최대로 몸을 키웠다”고 했다.
최고층 민낯 해부 스콧 "당시 로마 냄새까지 되살려"
주인공 막시무스와 루시우스 설정은 상상을 가미했지만, 실제 연년생이었던 형 카라칼라와 동생 게타 황제 시대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변주했다. 스콧 감독은 유럽의 정복자(‘나폴레옹’), 석유 재벌(‘올 더 머니’), 패션 재벌(‘하우스 오브 구찌’) 등 최근 영화에서 권력과 부의 최정상에 오른 인물들의 민낯을 파고 들었다. ‘글래디에이터2’에 대해서도 “재미가 목적인 영화지만, 1000여년 전 당시 로마 냄새가 날 정도로 상세히 조사했다”면서 카라칼라‧게타 통치 시기를 “기독교인들이 콜로세움에서 산 채로 (맹수에) 잡아먹히기도 했던 끔찍한 시대”로 설명했다.
전쟁 영웅이 대중의 존경을 받자 시기‧질투하는 황제, 권력에 눈먼 원로들 탓에 로마 제국은 수렁에 빠진다. 루시우스는 막시무스가 남긴 ‘힘과 명예’ 구호와 함께 검투사들과 로마 시민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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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2테이크 안에…"연기, 섹스와 같아"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에선 배우 덴젤 워싱턴이 '아메리칸 갱스터(2007) 이후 오랜만에 리들리 스콧 감독과 뭉쳤다. 황제의 노예 출신으로 지금은 돈으로 자유를 사 검투사들의 주인이 된 마크리누스 역할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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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출신 검투사 주인 역할로, ‘아메리칸 갱스터’ 이후 16년 만에 스콧 감독과 재회한 덴젤 워싱턴은 “로마가 하루 아침에 지어진 게 아니라고들 하는데, ‘글래디에이터2’ 현장은 압도적이었다. 스콧은 우리가 당시 로마인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실제 같은 세트‧미술을 제공했다”면서 “현장 인력이 정말 많았지만, 스콧은 매 장면 2테이크 안에 촬영을 끝냈다”고 돌이켰다. 유일하게 1편에 이어 출연한 코니 닐슨이 “동물이 나오면 너그럽게 3테이크 정도 갔다”며 웃자, 스콧 감독이 폴 뉴먼의 아내이자 명배우 조앤 우드워드가 남긴 말을 인용했다. “연기는 섹스 같은 것이다. 절대 그것에 대해 말하지 말고 그냥 하라.”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에서 쌍둥이 동생 게타(조셉 퀸)와 함께 폭정에 취한 로마 황제 역할의 프레드 헤킨저는 박찬욱 감독과도 작업할 기회를 꿈꾼다고 말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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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연출로 출발한 그는 마흔에 처음 찍은 저예산 영화 ‘결투자들’(1977)로 칸 국제영화제 최고 데뷔상을 받았다. 이어 ‘에이리언’(1979) ‘블레이드 러너’(1982) ‘델마와 루이스’(1991) 등 대표작을 내놨다. “광고 경험이 있다 보니 30~60초면 필요한 정보를 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영화 인생 46년 간의 연출 철학도 밝혔다.
"감독의 일은 캐스팅을 잘하는 것이고 캐스팅을 잘했다면 여러 번 찍을 이유가 없다. 배우를 믿고 그들이 훨훨 날아가게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며 "경험상 2번이면 충분하다. 첫 테이크에선 배우들이 불안해하고 상황을 잘 모르면서 그냥 하는데, 그게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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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헤어질 결심' 박찬욱 함께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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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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