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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주6일 근무 부활할까…임원 신호탄, 파격 결정 대기업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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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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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재계에 ‘임원 주 6일 근무’가 확산하고 있다. 위기 상황이 엄중하니 조직 내에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다만 근무 시간 확대보다는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다음 달부터 매주 토요일 임원 대상으로 ‘커넥팅 데이’를 시작한다. SK이노베이션 임원 50여 명과 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엔무브 등 계열사 임원들이 토요일 오전 회사로 출근해 전문가 강연이나 워크숍을 한다는 것이다. 팀장급은 자율 선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비상 경영 중인 SK온, 다음달 1일 SK이노베이션과 합병 예정인 SK E&S는 토요 근무에서 제외됐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통상적인 주 6일 출근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임원들이 조직간 협업과 학습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토요일에 출근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평일에 하던 일을 주말에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업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하는 자리”라며 “토요일 오전 중에만 커넥팅 데이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직원들은 임원의 토요일 출근으로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4일 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3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조기에 교체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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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합병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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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삼성·SK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임원의 주 6일 근무 등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SK그룹은 올해 초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토요 회의’를 24년만에 부활시켰다.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SK온은 임원 오전 7시 출근을 시행하고, 최근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을 받았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 일부 부서 임원들이 주말에 출근하며 생긴 주 6일 근무가 지난 4월 주요 관계사로 확대됐다. 삼성전기와 삼성SDI·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계사들이 동참했고, 일부 금융 관계사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HD현대오일뱅크·BGF리테일 등에서 임원 주 6일제 공식화가 잇따랐다. 롯데지주 역시 지난 8월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임원들이 주말 회의를 하는 등 사실상 주 6일 출근 중이다. 재계에서는 실적이 악화한 기업을 중심으로 임원 주 6일제를 도입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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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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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이 주말에도 출근하는 기업들은 조직 내 긴장감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는 임원들은 기존에도 주말에 나와 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공식화함으로써 일반 직원들도 위기를 체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임원들이 주중에 일상 업무로 자세히 못 보던 보고서와 e메일을 주말에 챙기고, 월요일 아침이면 지난 금요일보다 발전된 지시를 내리니 업무 효율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까지 주말근무에 동원되는 일이 잦아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삼성 계열사 직원은 “임원이 주중에는 너무 바쁘다며 ‘토요일에 간단히 보자’고 할 때가 많다”며 “주말 출근이 확실히 많아져 근무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임원의 주말 출근에 따라 실무 담당 직원들도 주 52시간 범위에서 주말 출근이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주말 출근 강제가 조직 내 ‘군기 잡기’나 보여주기식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 6일 출근 중이라는 한 대기업 임원은 “업무 성격과 상관없이 주말에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해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주요 대기업들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니 실적이 웬만큼 좋은 기업이 아니고서는 이 분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경직된 조직 문화가 더 강해지면 글로벌 인재 영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첨단산업 인재들은 근무 시간이 아니라 성과 중심으로 평가받는 데 익숙한데, 한국 대기업들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적 악화로 기업들이 초조해지다 보니 근무 시간을 늘리고 있는데,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집중도를 높일 방안을 찾는 게 (실적 개선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경영진은 위기 상황을 타개할 장기적인 전략을 제안하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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