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리안 마켓레이지헤븐 대표가 프랑스 파리의 한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마켓레이지헤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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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이나 지방소멸이란 주제를 평범한 콘텐츠로 얘기하면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잖아요.”
안리안 마켓레이지헤븐 대표(44)는 패션업계에서 10여년간 프로듀서로 일했다. 패션쇼 기획과 홍보 업무를 하며 굵직한 프로젝트도 다수 성사시켰다. 한편으로 바쁜 일상에서도 항상 꿈꿨던 ‘귀촌’에 대한 갈망도 커졌다.
“어느 순간 밖에도 나가지 않고 무기력하게 시간만 보내고 있더라구요. 번아웃이 온 겁니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겠다고 맘 먹은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그런데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였어요.”
그의 눈에 띈 건 친환경 먹거리였다. 평소에도 늘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남편과 주말마다 ‘먹거리’와 ‘농촌’을 찾아 지방을 헤매고 다녔다.
그가 선택한 곳은 전북 고창이었다. “어느 날 친환경 마트에서 고구마 말랭이를 봤는데, 직접 재배하신 농부를 찾아가 보고 싶었어요. 물어물어 간 곳이 고창이에요. 고구마 말랭이부터 농촌의 삶까지 여러 얘기를 나눴어요. 결과적으로 고구마 농사를 짓고 계신 그분 덕분에 고창에 눌러앉게 됐네요.”
안 대표는 2016년 농산물 직거래 장터 마켓레이지헤븐를 차렸다. 직원 10명 규모로, 농업 콘텐츠를 기획하고 농산물을 유통·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안 대표는 “현지 농산물을 소비자들과 연결해주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기획해 판매한 국내산 햇밤·햅쌀·고춧가루·수미감자·호박·복숭아 등을 넣어 만든 들깨 가래떡은 마켓레이지헤븐의 대표 상품으로 유명세를 탔다. 또 여러 사람이 모여 현지 농산물로 수프 등을 만들어 나눠먹는 소셜다이닝을 주최하고, 유명 재즈 아티스트의 공연, 지역 농민들에게 농산물 이야기를 직접 듣는 행사도 열었다.
그의 기획력은 생태환경 분야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다음 달 5일 고창의 명소인 갯벌에서 패션쇼를 열기로 한 것이다. 고창은 산과 들, 바다가 공존하면서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러 문화재가 많아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곳이다. 그 중 고창 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 중 일부다. 이번 행사도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공존,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을 위해 마련됐다.
고창 동호해수욕장 인근 갯벌에서 열리는 패션쇼는 ‘갯벌 작업복’을 주제로 한다. 안 대표는 “어민과 생태해설사 등 갯벌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먹고 사는지를 알리고 싶었다”며 “아울러 ‘젊은 사람들이 갯벌이나 농촌에 관심을 가지면 지방소멸 등과 같은 농어촌의 고질적인 문제들도 조금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해양수산부에 패션 쇼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패션 쇼는 안 대표가 경험한 ‘농촌과 패션, 먹거리와 환경’이 전부 녹아든 기획물인 셈이다.
젊은 기획가로 고창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안 대표는 매월 지역 청년들에게 자립 준비금을 보태는 등 선행도 이어가고 있다.
안 대표는 “농업과 농촌 콘텐츠의 꾸준한 기획과 함께 귀촌을 희망하며 환경에 관심이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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