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료계 요구인 '조건 없는 의대생 자율 휴학' 승인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국가거점국립대 총장들이 의대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정부는 그간의 완강한 태도를 바꿔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9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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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의대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기면서 휴학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대학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교육부는 29일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학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 대학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전날 국립대 총장단은 교육부에 의대 휴학 승인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9월 말 의대생 휴학계를 승인한 서울대에 이어 29일 고려대와 연세대 미래캠퍼스에서 의대 휴학을 승인했다. 국립대도 대부분 휴학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는 시기를 맞춰 휴학 승인 일정을 조율 중이다.
휴학 승인은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이제 대학은 휴학 이후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 시기가 언제든 학생들이 복귀하게 되면 의대 수업 학기가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수업 장소 및 장비 확보, 교원 확충, 실험·실습 준비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역 A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내년에 휴학했던 학생들이 돌아온다고 하면 예과 1학년은 교양과목이기 때문에 수업은 어떻게든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부가 내년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여건 개선에 지원해준다고 하니 교육부와 협의해 실습실 등 시설을 확충하려 한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B사립대 의대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의대는 증원이 안 돼 증원이 많이 된 대학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두배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며 “분반 수업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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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실험·실습이다. 지역 C의대 관계자는 “용도 변경은 해야겠지만 다행히 대학에 신설된 공간이 많이 있어서 교육 시설 공간 자체는 문제없다”면서도 “실험·실습 기자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역 D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실습이 제일 큰 문제인데 의대 교수들도 같이 수업을 듣게 되면 실험·실습은 어렵다고 말하는 상황”이라면서 “학생들이 복귀하면 되든, 안되든 무조건 수업은 해야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집중해서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토로했다.
교원 채용도 장담할 수 없다. 교육부는 '2025년도 예산안'에 3년간 국립 의대 교수 1000명을 늘리기 위해 예산을 260억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는 “9개 국립 의대가 내년 채용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 인력 확충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인력 충원이 이뤄지더라도 교수 신규 유입이 부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C의대 관계자는 “정부에서 교원 확충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교원 채용이 바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당장은 기금교수 전환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의대 관계자 또한 “교수 충원을 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며 “이 부분은 대학본부, 교육부 등과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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