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까지 올랐던 고려아연, 폭등 후 폭락에 주주 '아비규환'
유증 목적·우리사주 비중 등 비판 이어져
29일 고려아연이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채무 상환 목적이 92%를 차지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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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아비규환이다. 고려아연이 상한가 이후 하한가로 직행하더니 '황제주(주당 100만원 주식)' 타이틀도 하루 만에 반납했다. 주주들은 황당함을 넘어 황망하다는 반응이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MBK)·영풍 측은 주주기만 행위라며 날을 세웠고, 금융 당국과 증권가도 술렁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의결권 확보를 위한 기습 유상증자 카드가 향후 고려아연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29.94% 내린 10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29일)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장중 역대 최고가(154만3000원)을 경신하고 시가총액(시총) 31조원을 돌파해 코스피 시총 순위 '톱10'에 진입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고려아연의 드라마틱한 주가 흐름은 30일 오전 11시 40분쯤 발표된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회의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영향을 미쳤다. 상장사의 모든 유상증자가 악재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나, 유상증자 발표 직후 하한가로 직행했으니 시장은 명백한 악재로 판단한 셈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유상증자 목적과 우리사주조합(우리사주) 우선 청약 비중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2조5000억원을 시장에서 조달하면서 유상증자 목적을 △채무상환 2조3000억원 △시설 자금 1350억원 △타 법인 증권 658억원으로 각각 쓰겠다고 명시했다. 유상증자 방식은 일반 공모증자로 기존 주주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게 청약 기회를 주는 형태다. 단 우리사주조합이 20%(74만6530주)를 먼저 청약할 권리를 갖는다.
이에 고려아연 일부 주주들은 온라인 토론방 등을 통해 "공개매수 끝나자마자 2조5000억원 유상증자도 황당한데, 목적이 설비투자도 아니고 채무상환?", "밸류업 시대에 이게 맞나"," 천하제일 단타대회", "우리사주 우선 청약은 속내가 너무 뻔한데", "이게 나라냐", "유증 승인 안 나도 더 이상 주가 오를 일은 없을 듯" 등 반응을 보내고 있다.
다만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한 명분과 정당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대형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유상증자 작업과 관련한 법적 제반 사항을 꼼꼼히 따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유상증자이며, 방식 또한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공모 방식으로 국민과 함께 MBK·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민을 상대로 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과 이로 인한 기술 유출 나아가 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임직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 보호함으로써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당 15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고려아연은 최 회장의 유상증자 발표 이후 하한가로 직행했고 이틀 만에 9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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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 '국민기업' 어필에도 거센 후폭풍…금융 당국 저지 가능성도
그러나 후폭풍은 거센 모양새다. 뿔난 일부 주주들뿐만 아니라 증권가와 MBK·영풍의 비판, 금융감독원까지 사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면서 유상증자 발표 직후에는 우선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되고 있어서다.
증권가도 이 대목을 주목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용한 자금을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희석하면서까지 상환하는 건 주가 제고 방향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사주 우선 청약 권리도 마찬가지다. 의결권 있는 우리사주조합이 20%의 우선 물량을 전량 청약하면 최 회장은 단순 계산으로만 MBK·영풍보다 0.3%포인트 의결권 지분율을 앞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지분 경쟁 이런 것을 다 떠나서 2조5000억원이나 되는 금액을 시장에서 끌어오면서 이 중 90%를 채무 상환 목적으로 쓰겠다는 유상증자는 처음 보는 광경이다. 또 우리사주조합이 20%를 우선 청약 물량으로 떼간다.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폭락 시그널이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황망할 만하다"고 말했다.
고려아연과 대척점에 서 있는 MBK와 영풍도 최 회장의 유상증자는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주들에 호소하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 유상증자 발표 이후 입장문을 통해 "자본시장과 주주들을 경시하는 최 회장의 처사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최 회장 및 이사진들에게 끝까지 그 책임을 묻고자 한다. 이렇게나 무너진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31일 긴급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 유상증자를 살펴볼 계획이다. 만약 고려아연의 유상증자가 부당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거나 유상증자 계획을 제지하는 안을 검토할 수 있다. 금감원은 앞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계획에도 두 차례나 정정신고서를 요구해 이를 철회시켰다.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고려아연 주가는 31일 장에서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56분 기준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13.14% 내린 93만9000원에 거래되면서 6거래일 만에 100만원대 주식에서 내려왔다. 장중 최저가는 83만원, 최고가는 98만원이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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