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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16살 아들의 전 여친이 데려온 아기…부모가 양육비 대신 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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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시내 지하철에 임산부와 아기 그림이 그려진 안내문구가 게시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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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중학생 시절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아이의 양육비를 요구한다. 아들은 아직 경제적 능력이 없는 학생일 뿐이다. 이런 경우 그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3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가정법원 김천지원은 최근 미성년자인 비양육자와 그의 부모를 상대로 한 인지 청구 등 소송에서 “미성년자인 비양육자와 그의 부모는 연대하여 과거 양육비 및 장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미성년자인 A양은 B(16)군과 중학교에 다니며 교제하다가 아이를 임신하고 2022년 출산했다. 두 사람은 헤어졌지만, A양은 차마 갓 태어난 아이를 외면할 수 없어 자신이 키우기로 했다. 그러나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A양은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다가 아이의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했다.

공단은 A양을 대리해 B군과 아이가 법적으로 친자관계를 형성하도록 하고, B군에게 양육비 청구하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B군 또한 미성년자로 사실상 양육비를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었다. 설령 승소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양육비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공단은 A양이 현실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B군 부모의 책임을 끌어내기로 했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2항은 ‘비양육친이 부양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그 부모가 양육친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공단은 B군과 그 부모에게 과거 및 장래 양육비를 청구했다.

재판부는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가 B군의 친생자임이 분명하므로 인지 청구는 이유 있다”며 “A양이 B군과 결별한 후 홀로 양육해 오고 있는 사정을 참작하면 A양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양육비에 관해서는 “B군은 현재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라며 “B군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그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고, B군이 성년이 된 후에는 직접 아이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했다.

A양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성계선 변호사는 “미성년 부모의 부모가 과거 및 장래 양육비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게 되어 실효적인 양육비 청구가 되었다”며 “한참 자라고 배워야 할 나이에 부모가 된다는 것이 마음 아픈 현실이지만, 미성년 미혼 부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직접 아이를 키우는 경우라면 그 전제조건으로 양육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판례가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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