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우량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지수에 모두 편입된 상황에 기존 상품과 어떻게 차별점을 둬야 할지 어렵다는 말이 운용사 내부에서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총 12종으로 알려졌다.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 등에서 패시브형 9종, 삼성액티브·타임폴리오·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액티브형 3종이 4일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운용사들은 상장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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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ETF는 기초지수를 90% 이상 따라가고,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를 70% 추종하면서 30% 범위 안에서 운용역이 자율적으로 투자 전략을 짤 수 있다. 액티브형은 이 30%에서 패시브형보다 ‘플러스알파(+α)’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운용사들은 출시를 앞두고도 밸류업 ETF의 흥행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총 우량주들이 지수 비중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종목을 담을 포트폴리오 구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밸류업 지수 비중의 15%씩을 가져가고, 그 외 현대차(8.3%), 셀트리온(7.1%), 기아(6.1%) 등을 포함한 상위 10종목의 지수 비중은 67% 정도다. 나머지 90개 종목 비중은 33%다.
특히 액티브형을 출시하는 운용사들은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상품 특성상 차별화가 뚜렷해야 한다. 하지만 밸류업 지수 내 중소형주의 비중이 작다보니 액티브 ETF의 장점을 살리긴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형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초과수익을 낼 만한 중소형주를 5% 미만으로 낮춰야 해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급락하거나 변동성이 커졌을 땐 안정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게 액티브 상품의 출시 목적과는 다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지수 자체가 코스피 등 기존 지수와 유사하다는 점도 ETF 수익률 상승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거래소가 밸류업 지수를 출시한 지난 9월 30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코스피 지수와의 상관계수는 0.80, 코스피 200지수와는 0.81로 집계됐다. 상관계수는 두 지수 사이의 관계의 정도를 마이너스(-) 1에서 1 사이의 수치로 나타낸 값이다.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두 지수 간의 관련성이 높다는 의미다. 0.80 수준은 상관관계가 비교적 높은 편으로 해석된다.
또 한국거래소가 연말 지수 리밸런싱(재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리밸런싱 이후 운용사들이 종목 매매를 다시 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거래소는 지난 9월 말 지수 공개 후 일부 편입 종목이 밸류업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연말 지수 리밸런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밸런싱이 이뤄지면 지수 내 종목 편·출입과 비중 자체가 달라져 운용사들은 출시 한 달 만에 종목 매매를 다시 해야 한다. 이때 발생한 매매 비용은 투자 성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리밸런싱과 관련해선 패시브 ETF의 손실이 액티브형보다 크다.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패시브 ETF는 지수와 동일하게 운용하기 때문에 종목이 많이 바뀌면 매매수수료로 인해 손실이 일어나게 된다”며 “반면 액티브 ETF는 시장 상황에 맞춰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의 일부 물량은 보유하고 상관계수만 지키면 되기에 패시브형보다는 불필요한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출시 초기에 기관 자금이 충분히 유입되는지가 밸류업 ETF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출시 직후 연기금 등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가장 중요 포인트”라며 “초기에 기관들이 ETF로 자금을 집행한다면 밸류업 ETF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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