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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정책 인사이트] ‘기업별 육아휴직 사용률 공시’ 내년 시행… 먼저 도입한 日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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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달 24일 전남 곡성 섬진강기차마을에서 열린 심청어린이대축제에서 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들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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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모든 민간 기업은 남녀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얼마나 썼는지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모두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를 누구든지 알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일본이 먼저 시작했다. 특히 남자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쓰는 비율이 2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뛰는 효과가 있었다. 우리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업보고서에 ‘남녀 육아휴직 사용률’도 담아야

2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은 내년부터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남녀로 나눠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미 공공기관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클린아이에서 공개하고 있다. 이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남녀 육아휴직 사용률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확인할 수 있다. 12월 결산 법인이라면 내년 3월 DART에 사업보고서를 공개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달 중 ‘기업공시 서식’을 개정해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사용률을 기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제도는 일본의 비슷한 제도를 본 딴 측면이 있다. 작년 4월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일본은 기업이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 공개를 의무화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제도를 도입할 생각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남성의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서 그 정책 방향은 공감하는 바가 있다. 적극 검토할 필요는 있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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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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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남성 근로자 육아휴직 사용률 공시 전 14%, 공시 2년 만에 30.1%

일본은 작년 4월부터 근로자 1000인 이상 기업은 육아휴직 사용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여성의 가사 부담이 과도하고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가 저출생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육아휴직 사용률 공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21년도에는 남성 근로자가 자녀 출생 1년 이내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14.0%였다. 제도 도입 첫 해인 2022년도에는 17.1%로 올랐고, 둘째 해인 2023년도에는 30.1%로 뛰었다.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80%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일본 자민당은 “육아휴직을 쓰기 쉬운 환경을 만든 것이 남성 사용률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세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목표는 2025년 50%, 2030년 85%다. 육아휴직 사용률 공시 대상인 근로자 1000인 이상 대기업은 2022년도에 이미 46.2%를 달성했다. 일본 정부는 남성이 더 많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내년 4월부터는 공시 대상을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고,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은 육아휴직 사용률 목표치를 설정해 공개하도록 했다.

◇韓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日보다 14%포인트 낮아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일본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집계인 2022년 기준으로 출생아의 부모 중 남성이 자녀가 태어난 해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6.8%에 그쳤다. 여성은 70%다. 일본의 최근 통계인 2023년도와 비교해 남성은 23.2%포인트, 여성은 14.1%포인트 낮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부모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시기가 서로 달랐다. 자녀가 2013년생 한 명뿐인 부모가 2022년까지 육아휴직을 언제 사용했는지 살펴보면, 여성의 83.2%는 자녀가 0세(생후 12개월 이전) 때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반면 남성은 자녀가 6세(19.0%), 7세(17.2%) 8세(15.0%) 등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아이가 태어난 그 해에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게 일반화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6.8%인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 50% 수준으로 대폭 높이고, 현재 70% 수준인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소득 공백’ 때문에 육아휴직을 포기하지 않도록 내년부터 급여도 최대 월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높인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중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6년에는 8.5%에 그쳤으나 2020년에는 22.6%로 상승했고, 2022년에는 27.1%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주요국 수준과는 격차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는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40%를 넘었고, 룩셈부르크는 53%로 여성보다 많았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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