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과 이 기업들의 시장 상황을 반영한 지수를 활용해 ETF 투자자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이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턱밑까지 쫓아왔다. 미래에셋운용은 특히 미국 등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에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28일 기준 미래에셋의 해외주식형 ETF 시장점유율은 56%, 순자산은 19조2381억원이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해외주식형 ETF의 절반 이상이 미래에셋 상품이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본사에서 이정환 ETF운용본부 본부장(상무)을 만났다. 이 본부장과 그의 팀은 19조원에 달하는 미래에셋 해외 주식형 ETF를 운용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미국 나스닥거래소와 협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인공지능(AI) 분야 기업만을 모아 놓은 ASOX 지수를 공동 개발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ASOX 지수는 나스닥거래소가 30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지수다. 국내 운용사 중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만 이 지수를 활용한 ETF를 사용할 수 있는 독점 계약권도 얻었다.
이 본부장은 “AI 투자는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라며 “앞으로 국내‧외 반도체 기업 가치는 AI냐 아니냐로 성과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까지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였던 삼성전자, 2위였던 인텔이 현재 시가총액 5위와 13위까지 밀려난 것은 AI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확보에 실패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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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에 우리 금융시장도 현물 비트코인 ETF 출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아이셰어즈비트코인트러스트(IBIT)’를 승인해 현재 시장에서 거래 중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금융당국이 현물 비트코인 ETF에 대한 승인을 보류한 상태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ETF 운용자산(AUM) 규모와 운용역 숫자는.
“미래에셋의 해외 주식형 ETF를 담당하고 있다. 본부에 저를 포함 8명의 운용역이 있는데 이들이 전체 19조원 정도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미래에셋의 해외 주식형 ETF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미래에셋운용은 하나의 ETF를 상장하기 위해 다양한 리서치를 하고 신규 상품의 컨셉트와 방향을 잡는다. 또 다른 운용사와 달리 내부 토론을 굉장히 치열하게 한다. 내부 설득이 되지 않으면 상장시키지 않는다. 임원 한두 명이 상장을 결정하는 다른 운용사와 달리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내부 운용본부 구성원들 모두가 투자처로 확신을 갖지 않으면 상장하지 않는 구조다. 또 다른 미래에셋만의 강점은 해외 현지 시장과의 협업 능력이다. 세계 최대 기술기업들의 집합소인 나스닥거래소와의 협업이 대표적 사례다.”
─나스닥과 어떤 협업을 했나.
“나스닥거래소와 AI 관련 지수를 공동 개발했다. 지난 9월 9일 나스닥거래소의 지수 사업 부문 글로벌 총괄 헤드 에밀리 스펄링 수석부사장이 방한했다. 우리와 공동 개발한 ‘미국 AI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ASOX)’를 한국에서 처음 공개한 자리다. 이미 투자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 속한 기업 중 AI 관련 기업들만 별도로 분류해서 만든 지수다. 나스닥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활용해 새로운 지수를 만든 것은 30년 만인데 지수 개발을 위해 한국의 운용사와 협업한 것이다. 나스닥거래소 인력들과 저희 운용역들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 만든 성과물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있는데 별도로 ASOX 지수를 만든 이유는.
“투자의 관점에서 반도체 기업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다수의 전자기기에 반도체가 들어간다. 휴대전화, 자동차 등 제품 외에도 세탁기, 냉장고 등 너무 다양한 반도체가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그 모든 반도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크니컬(경기민감) 산업에 속한 반도체도 있고, 인공지능(AI)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도 있다. 지금은 AI와 관련된 반도체가 성장하고 있는 시기라 반도체 기업을 모두 합쳐 놓은 필라델피아 지수를 좀 더 세분화해서 지수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스닥거래소와 협업한 다른 사례가 있나.
“나스닥100지수를 활용한 커버드콜 ETF가 협업 사례다. 나스닥100지수를 사고 지수 옵션을 10% 수준에서 매도해 연 15%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하는 데일리커버드콜 ETF는 미래에셋에서만 출시해 독점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을 사고 동시에 같은 규모의 콜옵션(미래에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파는 전략을 말한다. 콜옵션을 팔아 프리미엄을 받고, 기초자산 가격이 올라 콜옵션 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유한 기초자산을 통해 ‘커버’하는 상품이다.)
지난 9월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나스닥×TIGER ETF’ 세미나에서 나스닥 증권거래소 인덱스 사업부문 글로벌 총괄 헤드 에밀리 스펄링 수석부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에밀리 수석부사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협업한 ASOX지수를 발표했다. / = 미래에셋자산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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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관점에서 향후 가장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산업은.
“AI 분야다. AI 투자는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 앞으로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도 AI 반도체 경쟁력을 보유했냐 아니냐에 따라 크게 성과가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2019년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1위였던 삼성전자는 현재 5위까지 밀려났고 2위였던 인텔은 13위까지 밀렸다. AI가 기업의 가치를 가른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9년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2422억달러로 세계 반도체 기업 중 가장 시총이 컸다. 인텔이 2121억달러로 2위였다. TSMC(2000억달러·시총 3위), 엔비디아(1066억달러·시총 6위)를 압도했다. 그러나 올해 8월말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3528억달러로 시총 5위, 인텔이 1324억달러로 시총 13위까지 밀렸다. AI 반도체 경쟁력을 갖춘 엔비디아의 시총은 2조7770억달러로 세계 반도체 기업 시총 1위에 올랐다. 5년간 시총이 26배 넘게 늘었다.)
─국내 운용사의 해외 ETF 투자와 해외 시장에 상장된 ETF 직접 투자는 무엇이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미국 ETF에 직접 투자하면 투자 이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 상장된 해외 주식형 ETF는 15.4%의 배당소득세를 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종합과세다. 양도소득세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지만, 국내 상장 ETF를 통한 이익은 종합과세에 포함된다. 1인당 연간 2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을 얻은 사람은 종합과세 대상인데 국내 상장 해외주식 ETF를 포함해 연간 이익이 2000만원이 넘으면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기본세율(6~45%)을 적용받는다. 다만 배당소득세로 이미 납입한 15.4%에 대해서는 차감받는다. 세율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 상장 해외 ETF에 투자할지, 아니면 해외 ETF에 직접 투자할지를 따진 후 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ETF 상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투자자가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을 기초로 할 수 있는 ETF인가, 아니면 단순히 시류에 맞춘 테마성 ETF인지를 따져 장기 투자가 가능한 상품인가를 판단하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장기간 투자할 수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국내 주요 운용사들이 한두개씩 상품을 내놓은 탄소배출권 관련 ETF를 예로 들어보자. 탄소배출권은 2021년 시장에서 관심이 매우 높았던 분야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친환경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렇게 배출량을 점점 줄이면 탄소배출권을 다른 곳에서 살 이유도 없어진다. 내부적으로 논의한 끝에 클린에너지가 대세가 되는 미래에 탄소배출권은 의미가 점점 줄어들고 가격도 상승세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다른 운용사들이 다 상품을 내놓아도 미래에셋은 탄소배출권 ETF를 내놓지 않기로 한 이유다.”
─단기 차익을 위한 투자가 아닌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ETF가 좋은 ETF라는 말인가.
“그렇다. 단기간 많은 이익을 보기 위해 ETF를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ETF라고 하면 레버리지(leverage·기초 지수 상승률의 2배 이상의 차익을 얻는 상품)나 인버스(inverse·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상품)밖에 없었다. 단기 차익만을 위한 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S&P500 등 다양한 지수에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ETF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늘었다. ETF는 단기 투자가 아니라 장기 적립식 투자철학을 반영한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인식도 점점 개선되고 있고 이 방향으로 투자 행태도 바뀌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나왔다. 국내에도 출시 돼야 하나.
“비트코인 ETF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제도와 규제를 잘 정비해 장기 투자 상품으로 적합한 형태로 상장됐으면 한다. (비트코인 ETF 출시는 절대 안 된다는) 금융당국의 태도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미국 유력 연기금이나 대학교 기금도 비트코인 ETF에 투자를 시작했다. 시장의 흐름이 그쪽으로 가고 있으면 여기에 편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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