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위기의 2금융권, 어디로(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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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PF 몰려갈때 서민금융 집중.. 신한저축은행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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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저축은행 대출 현황/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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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을 실천하는 모범적인 저축은행의 사례로는 신한저축은행이 꼽힌다. 신한저축은행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저축은행까지 나올 정도다. 신한저축은행은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대신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햇살론을 취급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3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저축은행은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신한저축은행의 사업모델을 참고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가 올해 상반기 부동산PF 부실로 3804억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신한저축은행은 416억원의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신한저축은행은 가계대출 위주의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6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2조928억원으로, 전체 대출잔액 2조6248억원에서 80%의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기업대출 잔액은 5320억원(20%)에 불과하다.
가계대출 중에서도 공공이 보증하는 보증대출의 비중이 특히 높다. 올해 6월말 전체 대출잔액의 44%에 해당하는 1조1527억원은 햇살론·사잇돌 등 보증대출로 이뤄졌다. 햇살론·사잇돌 같은 정책보증상품은 부실이 발생해도 서민금융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대출금의 90% 이상을 채권자 대신 갚아 금융사 입장에서 안정성이 큰 대출이다. 신용대출과 부동산·유가증권 등 담보대출의 비중은 각각 42%, 14%로 보증대출보다 적다.
신한저축은행은 부동산 호황기 금융사가 앞다퉈 내주던 부동산PF 대출도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 올해 6월말 부동산PF 잔액은 1858억원으로, 전체 대출잔액의 7%에 해당한다. 신한저축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부동산PF 한도는 5250억원이지만 한도의 35%를 채우는 정도의 규모로 부동산PF를 운용했다.
신한저축은행이 경쟁사와 달리 가계대출 비중을 80%까지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이라는 강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중소형 저축은행이나 비은행 계열 저축은행은 자체적으로 고도화한 개인신용평가모형(CSS)이 없어 가계대출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 이로 인해 단기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PF에 의존하며 외형을 확장했다. 반면 신한저축은행은 2011년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신한금융지주 산하에서 신한은행과 시너지도 내고 있다. 신한은행이 자사에서 대출이 거절된 고객을 신한저축은행으로 연결해주거나 반대로 신한저축은행이 우량한 고객을 신한은행에 넘기는 식이다. 신한은행으로 우량고객을 넘기는 '브링업(Bring-Up)& 밸류업(Value-Up)' 프로젝트는 신한금융지주 주도로 지난 9월 시작됐다.
저축은행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신한저축은행은 서민·중소기업 지원처럼 시장에서 기대하는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저축은행"이라며 "지방의 작은 저축은행은 신용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가계대출을 잘하지 못하는 데 반해 신한저축은행은 금융지주 저축은행의 강점을 잘 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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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000조 돌파한 '공룡' 상호금융…"초심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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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권 VS 타업권 총자산 비교/그래픽=이지혜 |
상호금융권 총자산이 1000조원을 돌파해 '공룡급'으로 커졌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합친 자산과 맞먹고 국내 증권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는 더 크다. 상호금융권은 몸집이 불어날 수록 조합원이나 지역경제와는 멀어졌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인낸싱) 대출액이 전 업권에서 가장 많다. '지역밀착'이라는 본업으로 돌아가려면 조합원 대상 의무 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자산성장의 동력이 돼 온 비과세 혜택 축소를 본격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5개 상호금융권의 총 자산은 1028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농협금융지주(550조4000억원)의 2배 수준이다. 국민·하나은행을 합친 1036조7000억원과 엇비슷하다. 전체 증권사 총자산인 734조4000억원보다 3000조원 가량 더 많다. 상호금융권 자산 규모는 지난 2020년 759조4000억원이었으나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3~4년 새 약 1.5배 늘었다.
빠른 시간에 상호금융이 덩치를 불릴 수 있었던 데는 비대면 영업과 비과세 혜택 영향이 컸다. 비대면 금융이 본격화하면서 상호금융은 지역 기반과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수신할 수 있었다.
더불어 상호금융의 조합원·준조합원이 되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1인당 3000만원까지 예탁금에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농·어업인이 아니어도 준조합원으로 가입해 손쉽게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상호금융기관이 있는 지역에 실제 거주하거나 주민등록상 주소가 해당 구역으로 돼 있으면 연령 제한 없이 준조합원이 된다.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 조항은 내년 말 일몰된다. 하지만 조항의 일몰 기한은 1995년 도입 이후 2~3년에 한 번씩 늘 연장돼 왔다.
상호금융은 비과세 혜택과 상대적인 고금리로 쉽게 자금을 조달해 주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건설업 관련 대출로 돈을 굴렸다. 수십 개 금고나 조합이 공동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을 공격적으로 해 왔다. 조합원 중심의 지역 기반 서민금융이라는 설립 취지는 무색해졌다.
상호금융이 부동산 PF 투자로 최근 위기를 겪은 만큼 지역 밀착형 서민 금융기관이라는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9일 상호금융권과 만나 "최근 상호금융권이 겪는 위기의 해법은 '본질'과 '기본'으로 돌아가는(Back to basics)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비과세 혜택 축소에 대해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년 안에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인 가운데 비과세 혜택이 유지되면 상호금융권 수신 쏠림 현상은 더 심화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상호금융의 대출 영업 대상을 조합원이나 지역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현행 규정상으로도 상호금융권 조합이나 금고는 업무 권역 이외의 비조합원 대상 대출을 일정 수준(새마을금고는 3분의 1) 초과할 수 없다. 이 규제를 지금보다 강화해 지역 밀착이라는 본래 역할에 충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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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태영·PF 해결사 금융당국, '2금융권 재편'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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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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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레고랜드 사태, 2023년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2024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정리 등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해 왔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비교적 잡음 없이 성공적으로 위기를 해결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기 이후의 금융당국 역할은 더 중요하다. 10년 주기로 반복된 2금융권 위기의 근본 원인을 찾아 적시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위기 이후 산업 방향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성 재평가를 통해 2금융권이 다수 보유한 부실 사업장 정리 계획을 세웠다. 지난 9월부터는 경·공매를 통한 과감한 부실 정리에 힘을 쏟고 있다.
부실 정리 과정에서 2금융권 건전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 급등에 따라서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10여곳이 적기시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상호금융권도 조합 4곳 중 1곳이 적자 조합으로 분류되면서 통폐합 등 구조조정 위기를 맞고 있다.
2금융권이 위기를 맞게 된 근본 원인은 결국 본업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와 서민 대상 영업을 해야 하는 저축은행이 토지담보대출을 20조원 이상 확대했다. 이는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꾸준히 해 온 신한저축은행, DB저축은행, OK저축은행은 현재 위기에서 비켜나 있다.
상호금융권도 지역이나 소상공인, 조합원 대상의 밀착 영업을 외면했다. 수십개 조합이나 금고가 몰려다니며 건설·부동산 공동대출에 치중했다. 특히 비과세 혜택을 이용해 전국구로 수신을 확대했고, 넘쳐나는 유동성을 활용해 단기간 고수익이 가능했던 부동산 PF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다.
저축은행 사태를 경험하고도 2금융권이 또다시 부동산 쏠림을 보였다는 점에서 위기는 반복될 수 있다. 더구나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2금융권으로 자금이 쏠리면 또다시 무리한 투자가 반복될 수 있다. 위기 이후 사업 방향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고심 중이다.
저축은행은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위해선 대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상호금융은 지역밀착이라는 본래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지역 의무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상호금융 자산 성장의 결정적인 요인인 비과세 혜택 축소도 본격 검토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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