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3일(현지시각) 수해 피해가 큰 발렌시아 파이포르타를 찾아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얼굴과 옷에 진흙이 묻어있다. 파이포르타/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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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만에 닥친 기록적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스페인에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피해를 본 현장을 찾았다가 분노한 수재민들에게 욕설과 함께 진흙을 맞았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3일(현지시각) 폭우로 큰 피해를 본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찾은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에게 주민들이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지고 “살인자”(murderer), “수치스러운 일”(shame)이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현장에는 레티시아 왕비와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 등도 함께 있었다. 산체스 총리와 마손 주지사는 주민들이 적대적으로 변하자 급히 자리를 떴다. 총리 차량이 돌을 맞기도 했다 시민들이 펠리페 6세를 둘러싸고 진흙더미를 던지자 경호원들이 우산을 펼쳐 들고 막아서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 지역에서만 집계된 폭우 피해 사망자는 70명을 넘어섰다.
시민들의 분노와 적대감이 커지자 국왕 부부는 대피했고 현장에서는 시민들의 한탄이 이어졌다. 16살 소년 파우는 비비시에 “우리는 서로 돕고 있지만, 지도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여전히 죽어가고 있다.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울부짖었다. 또 다른 여성은 “그들은 우리를 죽게 내버려 뒀다. 사업이 망하고 집과 꿈 등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경비대와 경찰 당국은 시민들을 해산시키려 했다.
3일 스페인 발렌시아 파이포르타를 찾은 펠리페 6세에게 시민들이 진흙을 던지자 경호원들이 국왕을 에워싸고 있다. 파이포르타/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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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페 6세는 이후 발렌시아 지방에서 폭우 피해가 컸던 치바 마을도 방문하려 했으나 이 계획을 접었다고 비비시는 밝혔다. 스페인 왕실은 누리집에 보도자료를 내어 “국왕은 일하는 모든 사람의 감사와 자부심을 칭찬하고 사람들의 노력에 감사하며 이웃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 게시된 영상에서 펠리페 6세는 “응급 작전과 관련해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고려할 때 많은 사람의 분노와 좌절감을 이해한다”고 다독였다. 파이포르타 시장인 마리벨 알발라트는 비비시에 폭력 사태에 충격을 받았지만 “시민들의 좌절과 절망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펠레페 6세는 이날 방문 때 일부 시민을 껴안기도 했다.
스페인 시민들은 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피해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남동부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스페인 전역에서 최소 217명이 사망했고 실종자가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관계당국의 늑장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고, 수색과 복구 작업도 더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군인과 경찰 1만명을 피해 지역에 추가로 파견한다고 밝히며 “과실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우리의 차이를 잊고 이념과 지역적 문제를 뒤로하고 대응에 단합할 때”라고 호소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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