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5 (화)

[사설] 윤 대통령 쇄신 요구 봇물, 7일 회견 똑같다면 화 키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공천 개입’ 의혹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민심이 매섭게 돌아서고 있다”며 대국민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 대통령실 개편과 쇄신 개각,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과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촉구했다. 집권 여당 대표가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환과 직접 사과 등을 요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뜻이다.

한 대표는 “해야 할 것을 늦지 않게 해야 퇴행 세력에 의한 헌정 중단을 막을 수 있다”고도 했다. 국민들 사이에서 탄핵, 임기 단축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민심의 발현이다. 이를 ‘퇴행 세력’ 운운하며 폄훼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특검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이 특별감찰관(특감) 임명을 ‘특단의 대책’으로 강조한 것도 국민 눈높이에 크게 모자란다. 여권 내에서도 “특별감찰관과 제2부속실 설치만으로 수습하기에는 이미 늦었다”(안철수 의원)는 목소리가 나오는 판국이다. 다만 ‘할 일을 안 하면 탄핵 등을 막을 수 없는’ 중대 국면이라는 위기 인식 자체는 윤 대통령과 집권세력 전체가 무겁게 새길 필요가 있다.

전날엔 오세훈 서울시장 등 12명의 여당 시·도 지사가 윤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국민과의 소통 및 국정 쇄신”을 주문했다.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이 신속히 해명과 쇄신책을 내놓지 못하면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여권 내에서 쇄신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윤 대통령은 별 변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불참하는 등 불통 기조를 굳건히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신 읽은 시정연설에선 반성과 사과 없이 “대내외 위기에 맞서 지난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며 자화자찬했다. 윤 대통령은 대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추진 중인 개혁 정책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연내에 잘 마무리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다 대통령실은 이날 밤 10시께 갑자기 “7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임기반환점을 맞아 국민들에게 지난 성과를 보고드리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견이 이미 여러차례 경험한 자화자찬과 변명, 불통의 재판이 된다면 화를 키우는 일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면 민심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민심의 둑이 터지면 윤 대통령과 여권은 공멸한다. 윤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다면, 여권이라도 특검 수용 등 민심을 따르는 쇄신책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