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신 것처럼 검찰 수사를 놓고 늑장 수사란 비판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직도 명태균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핵심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명씨를 소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저희 취재진은 검찰 압수수색 전날 밤, 명씨가 "녹음 빨리 가져와야 한다", "시간이 없다" 이런 대화를 전화로 나누는 걸 포착했습니다.
이자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집으로 들어가던 명태균 씨는 누군가와 전화로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녹음파일에 대해서로 추정됩니다.
명 씨는 "녹음에 날짜는 나온다. 빨리 가져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없다"며 "본인이 직접 가지러 갈 수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상대에게 "내가 바로 갔다 오면 된다"고도 하고 "내일 아침에 연락하자. 일어나면 연락 달라"고 당부합니다.
명씨가 말한 녹음이 이번 사건 녹취파일이라면 자료를 누군가에게 맡겼고 찾으러 가겠다는 취지로 읽히는 내용입니다.
바로 다음 날, 검찰은 명 씨와 장모 자택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처남 자택과 사무실도 뒤졌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명 씨가 휴대전화를 처남에게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다만 처남은 파기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명 씨 소환을 앞두고도 휴대폰과 녹취를 확보하지 못한 겁니다.
[명태균/지난 10월 31일 : 그냥 오늘 다 불 질러버리고 다 끝내버릴 거예요.]
명 씨는 최근 주변에 "정말 자료를 파기했다"고 말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전화기가 내 변호사'라던 명 씨가 쉽게 녹취를 없애지 못할 거라는 게 검찰 안팎 분위기입니다.
[앵커]
이 사건 집중 취재하고 있는 이자연 기자와 스튜디오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가 명태균씨와 명씨 주변을 오래 취재했잖아요. 잠적한 명 씨를 주말에 마주쳤었다고요.
[기자]
명 씨 측근들과 마찰이 좀 있었는데요. 그날 상황 잠깐 보시겠습니다.
[명 선생님 어디 계세요? 선생님 말씀 좀 나눠주세요. 말씀 좀 나누러 왔는데요.]
[명태균 씨 지인 : {저희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나가세요. {명 선생님 그러면…} 나가라니까 진짜 XX.]
명 씨 측근 사무실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마주쳤고요.
변호사와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명씨, 곧 검찰에 소환될 텐데 핵심 증거, 녹취를 정말 파기한 걸로 보입니까?
[기자]
물론 명태균 씨 본인만이 아는 일이기는 합니다.
다만 명 씨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측근들 얘기를 쭉 종합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요. 파기하지 않았을 가능성, 여전히 큽니다.
압수수색 전날 밤인 지난달 30일 저녁, 집 앞에서 기다리다 우연히 명 씨 통화 내용을 일부 듣게 됐는데요.
누군가에게 "녹음을 가지러 가겠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저희가 주목한 것도 이 부분인데요.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녹음 파일을 주변 측근 누군가에게 맡겨 놓은 걸로 보이고요.
압색 전날 밤 검찰 움직임을 감지하고 찾으러 가겠다고 말한 걸로도 추측 가능합니다.
[앵커]
그런데 검찰은 아직도 녹취가 담긴 명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명씨가 오늘(4일) 또 SNS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육성 녹취가 없다"고 올렸습니다. 그러면 명 씨 자신은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까?
[기자]
명 씨는 그동안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한 녹취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없는 것인지 말을 바꿔왔습니다.
휴대전화가 변호사라고 했던 명 씨가 이 '변호사'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여지는데요. 목소리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명태균 (지난 10월 30일) : 없어요. 그러니까 여태까지 말한 것 중에 그런 게 있냐고 없죠. {그 녹취 자체가 아예 없어요?} 없잖아요.]
하지만 민주당이 윤 대통령 육성 녹취를 공개하고 정진석 비서실장이 "취임 뒤엔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명하자 또 말이 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대통령 취임 뒤에 한 통화 녹취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겁니다.
[앵커]
그래서 검찰 강제수사에 관심이 쏠렸던 건데, 검찰이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어제에 이어 오늘 김영선 전 의원을 불러 조사했는데, 김 전 의원은 왜 연이틀 부른 겁니까?
[기자]
의혹의 핵심은 명 씨가 무상 여론조사를 윤석열 후보 캠프에 전달한 뒤 그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온 것이냐입니다.
김 전 의원, 의혹의 시작점인 공천에 대해서 '내 힘으로 받은 거다'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영선/전 국민의힘 의원 : 공천은 막바지로 가게 되면 이제 집합적인 여러 가지가 돼서 예측 불가능이 돼요. 그런 거는 한 적이 없어요.]
명 씨가 대통령 부부와 친하다고 해서 공천을 받아올 수 없다는 주장인 겁니다.
공천 대가로 김 전 의원이 명 씨에게 돈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모두 강혜경 씨 책임이라고 돌렸습니다.
[김영선/전 국민의힘 의원 : (강혜경 씨는) 회계직원이 갖는 입출금 전권이 있어요. 아마 그 돈을 확보하는 게 회계직 공무원의 임무보다 더 중요했던 거 같고…]
[앵커]
김 전 의원은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고, 검찰은 녹취 담긴 명씨 휴대전화 핵심 증거도 확보 못 했는데 앞으로 검찰 수사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기자]
검찰은 의혹의 시작점부터 풀어나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윤석열 후보 여론조사를 한 곳, 김 전 의원 돈이 들고 난 명의는 모두 '미래한국연구소'입니다.
명 씨는 "5년 전에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손을 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모든 혐의에서 멀어질 수 있게 됩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가 명 씨라는 걸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걸 풀면 모든 퍼즐이 풀린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검찰은 미래한국연구소에 일을 맡긴 적이 있는 지역 정치인 12명을 불러들였는데요.
상당히 강하게 "명 씨가 실소유주인 걸 알지 않았느냐"고 압박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녹취를 확보하지 못한 검찰이 어디까지 명 씨 허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영상편집 지윤정 / 영상디자인 유정배]
이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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