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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일왕 외동딸, 끝내 왕위 못 잇나…日, 유엔 왕실전범 개정 권고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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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황궁 정원에서 열린 가을 정원 파티에 참석한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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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왕위 계승 문제는 인권과 관련 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가 "여성도 왕위 계승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유엔의 권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일본 정부 각료들이 잇따라 불쾌감을 드러내는 발언을 내놓고 있고, 취임 전엔 이 문제를 논의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총리도 정치권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고 있다.

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외무장관은 지난 1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국가의 기본과 관련된 사안을 권고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인권과 관련 없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극우 정당인 일본유신회도 "(왕위 계승 문제는) 나라의 문화와 역사 문제"라고 반발했다.

앞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엔 스위스 제네바사무소에서 일본 정부의 여성 정책을 심사한 뒤 남성만 왕위 계승을 가능하도록 한 왕실전범의 개정을 권고했다. "왕족 여성도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게 고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원회는 지난 2003년, 2009년, 2016년에도 같은 내용으로 권고를 했던 바 있다.

수차례 유엔 측 권고가 있었으나 일본 정부 측은 완강하다. 이번 유엔의 권고 직후에도 일본 정부 대표단은 "차별철폐위가 왕실전범을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항의하면서 해당 부분의 삭제를 요구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 각료들이나 극우 정당 등에서도 계속해서 반발하는 입장을 내고 있어 유엔의 권고대로 왕실 전범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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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황궁 정원에서 열린 가을 정원 파티에 참석한 나루히토 일왕(왼쪽)과 마사코 왕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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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 공주, 아버지 뒤 이을 가능성 낮아



일본에서 여성 왕족은 결혼 후 왕족 신분을 포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남성만 왕위를 이을 수 있다. 나루히토 일왕의 여동생인 사야코 전 공주도 일반인 남성과 결혼한 뒤 왕적을 이탈해 남편의 성을 따라갔고, 최근엔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이자 후미히토 왕세제의 장녀인 마코 전 공주도 같은 행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일본 내부에서는 "여성도 결혼 후에 왕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왕위 계승 자격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왕위를 물려받을 왕족이 부족해서다. 1994년 기준 왕족 수는 26명이었는데 현재 17명으로 줄었고, 이마저도 공주가 결혼하면 왕적을 이탈해야 하는 왕실 전범으로 인해 앞으로 더 줄어들 예정이다. 현재 왕위 계승 자격이 있는 왕족도 3명에 불과하다. 왕실 평균 연령도 60.2세로 고령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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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황궁 정원에서 열린 가을 정원 파티에 참석한 후미히토 왕세제(왼쪽)와 키코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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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 서열 1위' 후미히토 왕세제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도 왕실 전범 개정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나루히토 일왕에게는 아이코 공주 외엔 자식이 없고, 이렇게 되면 계승 서열 2위인 후미히토 왕세제의 유일한 아들 히사히토 왕자가 차차기 일왕이 될 것이 유력한데 왕세제의 장녀 마코 전 공주 결혼 소동 사건 등으로 이 일가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왕실 전범 개정 반대 입장이 워낙 강경해 아이코 공주가 아버지의 뒤를 이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취임 전에는 '여성 왕위 계승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취임 이후에는 자민당 내 반대파의 압박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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