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반발한 러, 공개 설전
선명해진 한미-북중러 전선
주유엔 미국 로버트 우드 차석대사./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저는 러시아 대표에게 러시아에 북한군이 있는지 물었지만 전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에 북한군이 있습니까?”
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관련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주(駐)유엔 미국 대표부 로버트 우드 차석대사가 러시아 대표부를 향해 쏘아붙였다. 그는 지난달 31일에도 같은 자리에서 “쿠르스크 지역에 8000명의 북한 군인이 있다는 정보가 있는데 러시아는 여전히 러시아에 북한군이 없다고 주장합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러시아 대표부는 말없이 고개를 저으면서 싱겁게 마무리된 바 있다. 이날은 미국과 러시아가 답변권을 연이어 신청하면서 외교 무대에서 설전이 오고 갔다.
美의 공세, 러시아 “심문에 답 안 해”
이날 우드 차석대사가 다시 러시아를 압박한 이유는 그에 앞서 러시아 대표부가 발언하면서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해 먼저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안나 옙스티그네예바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국가 안보보좌관 회의에서 주요 주제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문제였다는 점을 보면 미국은 러시아에 대항하는 동맹국을 동원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 국민 대다수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동료들이 다시 생각하고 위험한 길을 가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안나 옙스티그네예바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유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과 러시아는 여러 번 답변권을 사용하며 치고받았다. 옙스티그네예바 차석대사는 “우리는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리의 평가를 말했고 러시아의 대북 협력과 관련된 질문에도 답변했다”면서 “우리의 성명이 영어로 번역되는 대로 미국 대표에게 직접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들은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드 차석대사는 다시 답변권을 얻어 “러시아가 발언 사본을 주겠다는 제안은 대단히 고맙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이 방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발언을 들었다”면서 “다만 그 발언에서 다루지 않은 한 가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고 그것은 (러시아에) 북한군의 존재 여부”라고 재차 답변을 압박했다. 그러자 옙스티그네예바 차석대사는 “여기가 법정도 아니고 미국에서 심문 형식으로 질문하는 것에 대답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회의가 끝났다.
푸총 주유엔 중국 대사/유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미와 북·중·러의 대립 구도
이날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국제 역학 관계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다. 러시아는 “안보리 회의를 소집하는 목적은 매번 똑같이 북한을 악마화하는 것인데 이런 회의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단 한 번이라도 영향을 미쳤는지 회의를 요청한 국가들에 묻고 싶다”면서 “한반도에서 한미 연합 훈련은 북한에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의 대의명분으로 줄곧 주장해 오던 논리다. 중국도 이날 “현재의 교착상태를 깨기 위해서는 마음대로 군사훈련을 하고 지속적인 억지력과 압박을 행사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김성 북한 대사는 “안보리의 결의안은 미국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고의적으로 조작한 것이고 이 회의도 불법”이라고 중러와 입장을 같이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유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에 대해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북한은 러시아에 병사를 보내고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정당한 성전’이라고까지 말한다”면서 “북한의 몇 안 되는 친구들은 북한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우드 차석대사는 “북한은 러시아에 약 1만명의 군인을 파견했고 러시아는 이 북한 병사들에게 포병 작전, 무인 항공기 작전, 기본 보병 작전 등을 훈련시켰다”면서 “아직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항하는 전투에 투입된 것은 목격되지 않았지만 며칠 내에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또 “참호 개간 등 러시아가 이들 병력에 제공하는 훈련의 성격은 러시아가 이들 병력을 최전선 작전에 투입할 의도가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 병력이 우크라이나전에 참여하면 합법적인 군사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에 뛰어들면서 한반도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유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뉴욕=윤주헌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