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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車 반도체 수요 참 안 오르네”… 고민 깊어지는 글로벌 칩 제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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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네덜란드 NXP 반도체 제조공장에서 작업자가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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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반도체 업계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쉽게 오르지 않고 있는 데다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이 자국산 칩 사용을 반강제하면서 그간 시장을 주도하던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3분기 잇따라 부진한 성적을 낸 글로벌 자동차용 칩 제조업체들은 내년까지 업황 전망이 어둡다고 입을 모은다.

◇ 주요 자동차 칩 제조사들 “예상보다 더 안 좋다”

세계 2위 자동차 반도체 제조 기업인 네덜란드 NXP반도체는 4일(현지시각)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유럽과 미주 지역의 광범위한 거시적 약세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 4분기 매출 30억~32억달러(약 4조~4조4000억원), 주당 순이익 3.33달러를 예상했다. 이미 눈높이를 낮춘 시장 전망(매출 33억6000만달러, 주당 순이익 3.62달러)보다 낮은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NXP반도체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5.8% 급락했다.

자동차 에어백 등 전자제품의 단일 기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시장 1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내년 1분기까지 매출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주요 자동차 고객사들이 주문을 줄이고 있는 탓이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23% 감소한 약 132억달러(약 18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ST마이크로의 주가는 올해 들어 44% 하락했다. ST마이크로의 장 마크 셰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었고, 고객의 재고 소진이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범용 마이크로컨트롤러 판매가 매우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또한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라고 전했다. TI의 매출은 올 3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TI는 올 4분기 가이던스로 매출 37억~40억달러(약 5조1100억~5조5200억원), 주당 이익 1.07~1.29달러를 제시했다. 시장 평균 예상치(매출 40억8000만달러, 주당 이익 1.35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전망으로, TI는 올 4분기에도 산업용 칩의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하비브 일랑 TI CEO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자동차 시장에서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고객사들이 재고 문제를 해결해 가곤 있지만 실적 반등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했다.

◇ 中 자체 칩 조달 늘고 유럽 車 제조사는 판매 부진

글로벌 자동차 칩 제조사의 전망이 암울한 건 최대 시장인 중국이 자체 칩 사용을 빠르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연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약 3분의 1인 3000만대 정도가 팔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자동차에 들어가는 중국산 반도체 조달 비중은 약 10%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심화하자 중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자국산 반도체 사용 비중을 내년까지 최고 25%로 높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대체로 스마트폰이나 PC용 반도체에 비해 생산 기술이 복잡하지 않아 자급자족이 용이하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 부진도 심화하고 있다. 작년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차 구매에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요 자동차 시장인 유럽에서는 지난 9월 자동차 판매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지난달 22일 “업계는 여전히 위기 상황에 있다”면서 “경제는 둔화하고 있고 상당한 지정학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연말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차량용 반도체 업계의 ‘큰손’ 고객인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저가 전기차와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같은 첨단 자동차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지난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철회한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 독일에서는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핵심 자동차 산업이 위협받자 유럽 각국은 다시 전기차 보조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9일 중국에서 생산·수입되는 전기차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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