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에 값싼 중국 제품 동남아 밀려올라"
'중립 외교' 동남아, 미중 한쪽 편들어야 할 수도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4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춤을 추고 있다. 피츠버그=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5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 대선 결과에 동남아시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누르고 승리할 경우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국과 중국 갈등 불똥이 동남아 지역으로 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남아 매체를 종합하면 이날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각국 정부와 싱크탱크는 앞으로 미국의 대(對)아시아 무역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를 두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대선 결과가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미국은 동남아의 최대 수출국이다. 올해 1분기 아세안의 대미 수출 규모는 672억 달러(약 92조3,300억 원)로, 대중 수출(570억 달러·약 78조3,000억 원) 규모를 넘어섰다. 농산물, 섬유·의류, 전자·전기 제품이 주요 수출 품목이다.
각국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산업 분야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트럼프는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보편적 기본 관세 10~20%를,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싱가포르 OCBC은행은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동남아 6개국(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에 관세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대미 무역 흑자가 큰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펜실베이니아주 스미스턴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중국산 농산물 수입이 미국 농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미스턴=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태국 상공회의소는 미국의 고율 관세에 중국이 동남아로 수출길을 돌리고, 값싼 중국 물품이 시장에 넘쳐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해 태국 제조업체가 고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기조와 대립적 무역 정책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방콕포스트)도 나왔다.
미중 갈등 유탄이 동남아로 향할지도 관심사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차이가 ‘방향이 아니라 강도 문제’일 수는 있지만 해리스의 접근 방식이 적어도 덜 거칠게 느껴질 것”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양국 경쟁에서 한쪽 편을 들라는 압력이 아세안 국가에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친중 성향 캄보디아, 라오스나 친미 필리핀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나라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 외교를 표방한다. 두 후보 중 누가 되든 미국의 중국 압박 기조가 이어지긴 하겠지만, 트럼프 2.0 시대가 올 경우 강대국에 줄서기를 해야 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아세안 국가의 우려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