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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투표함 열자마자 3대3 … 초접전 암시한 美대선 [2024 미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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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5일 0시(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딕스빌노치의 발삼스 그랜드 리조트 틸롯슨 하우스 거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마을 주민이 투표를 하기 위해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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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미국 대통령을 가리기 위한 투표가 5일 0시(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딕스빌노치에서 시작됐다. 이 지역은 광산이 있던 시절 이른 새벽 일터로 나가기 전에 투표를 마치자는 취지로 시작된 자정 투표가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뉴햄프셔주 북단의 캐나다 접경에 있는 작은 산간 마을인 딕스빌노치는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와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대결한 1960년부터 미국 대선 개시를 알렸다.

이날 투표에 공화당원 4명과 당적을 밝히지 않은 유권자 2명이 참여했다고 CNN은 전했다. 뉴햄프셔주엔 주민 100명 미만의 지방자치단체는 자정에 투표를 시작해 결과를 곧바로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개표 결과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표씩을 얻어 동률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초박빙으로 치러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된다. 이 마을 유권자인 톰 틸럿슨이 투표 후 양당 후보가 동률을 기록한 결과에 대해 "전국적인 추세를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딕스빌노치 유권자들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엔 힐러리 클린턴(민주당)이 4표, 트럼프가 2표를 얻었고, 2020년엔 조 바이든(민주당)이 5표, 트럼프는 0표를 얻었다. 딕스빌노치 개표 결과는 최근 6차례 대선 가운데 5번이 최종 결과와 일치했다. 딕스빌노치는 2000년과 2004년 선거에서 조지 W 부시를 선택했다. 2008년과 2012년에는 버락 오바마의 당선을 예측했다. 2016년엔 클린턴에게 표를 더 많이 줬지만 결과가 반대로 나왔고, 2020년 선거에서는 바이든을 점찍었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주별로 투표 시간이 다르다. 이날 대부분 주에서 오전 5~8시에 투표를 시작해 오후 7~9시에 마감한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7개 경합주 중 한 곳인 서부 네바다주는 오후 10시에 투표소를 닫는다.

이번 대선 결과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진기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직에 오르면 미국 역사에서 16번째 부통령 출신 대통령이 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수정헌법에 따라 현직 대통령 타계, 암살 또는 사퇴 등에 의한 승계다.

선거로 선출된 부통령 출신 대통령은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 마틴 밴 뷰런, 리처드 닉슨, 조지 HW 부시, 바이든 등 6명에 불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징검다리 백악관 주인이 된다. 미국 역사에서 이미 물러난 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사례는 1892년 대선에서 그로버 클리블랜드(22·24대 대통령)가 승리한 이후 132년 동안 없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클리블랜드는 1884년 대선에서 승리해 22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뒤 연임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그는 189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23대 대통령이었던 벤저민 해리슨과 겨뤄 24대 대통령이 됐다.

제47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이날 뉴햄프셔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미국 전역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AP통신에 따르면 24곳 이상의 주에서 요청이 있으면 워싱턴DC에 주 방위군을 파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선거 이후 워싱턴DC에서는 내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의 선거 결과 인준,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등 주요 행사가 이어진다.

4년 전 대선 당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 수천 명이 선거 패배에 불복해 의회 인준을 막겠다며 2021년 1월 6일 의사당에 난입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올해 대통령선거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사기'를 거론하는 등 패배할 경우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해 비슷한 사태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자체적으로 방위군을 배치했거나 대기시킨 주도 19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NYT는 이번 대선에 대해 유권자들이 분노와 공포의 선거로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의사당 난입 사태의 주요 선동자인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구성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이 수백만 장의 가짜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는 게시글을 다수 게시했다. 트럼프 패배 시 대선 불복 방식에 대해 "피할 수 없는 내전"이라거나 "불법 유권자를 사살하라"는 과격한 글도 확인됐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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