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에서는 사회적경제 현장 활동가와 연구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경제의 역할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신효진 선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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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지역소멸 위기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에서는 ‘인구위기 시대, 사회적경제가 그리는 지역의 미래’라는 주제 아래 청년의 정착, 돌봄 혁신, 지역자산 공유 등 다양한 실험들이 공유됐다.
“농촌의 현실은 농촌 스스로 열심히 안 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소외된 결과입니다.” 충북 제천시 덕산면 ‘청년마을’의 한석주 대표는 “살고 있는 사람이 행복해야 지속가능한 농촌이 만들어진다”며 운을 뗐다. 한 대표가 지인으로부터 2015년 사별한 부인의 보험금 1억원을 기부받아 시작한 공유지 운동이 6000평 규모의 공유농지를 가진 청년마을로 성장했다. 청년들의 안정적 보금자리를 위해 10여년간 247명의 소셜펀딩으로 올해 조성한 공유주택 ‘덕산휴가’도 청년마을에 중요한 인프라다. 현재까지 18명의 청년이 농촌에 정착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청년마을은 집이 없는 청년에겐 숙소를, 논밭이 없는 청년에겐 공유 경작지를,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에겐 전문 작업장을 제공한다. 한 대표는 “청년의 욕구와 지역의 필요를 연결한 청년마을은 각종 정책과 사회적 자원을 통합해 지속가능한 운영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이 지역주민이 되어 청년 문제와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형 돌봄 위기를 해결하려는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송아영 위스테이지축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539세대 규모의 아파트형 주거공동체에서 진행 중인 새로운 돌봄 실험을 소개했다. 매월 300여명이 이용하는 초등돌봄 프로그램 ‘놀러ON’은 평일 오후 4시부터 6시 20분까지 운영된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지역 주민이 직접 선생님으로 참여해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해소한다. 송 이사장은 “든든한 사회적경제 돌봄터 안에서 주거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구감소로 돌봄의 공백을 겪는 지역에선 돌봄 공동체를 통해 양보다 질에 중점을 둔 돌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의 지역정착을 돕는 ‘로컬프러너’ 양성 사례도 관심을 끌었다.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의 권기효 이사장은 “지역(Local)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결합한 교육을 통해 2300여명의 청년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멘토리 출신 청년들은 지역 소기업의 신상품 개발과 시니어 낙상방지 기구 설계 등 지역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는 다양한 정책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갖춘 지역 혁신가를 육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 발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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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사회적경제가 지역의 회복 탄력성을 고려한 질적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송원근 경상국립대 교수(경제학)는 “사회적경제가 호혜·연대 중심의 1.0 시대, 지역성 강조의 2.0 시대를 거쳐 이제는 시민성 복원을 핵심으로 하는 3.0 시대로 진입했다”며 “번아웃(극심한 피로) 사회에서 공동체와 연대가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강익 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영국 프레스턴시의 사례를 소개했다. “프레스턴시는 공적 연금기금으로 쇠퇴한 건물을 매입해 학생 주택으로 전환하고,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의 공공조달 체계를 구축했다”며 “춘천시도 2022년 기준 공공조달 78억원을 사회적경제기업에서 구매하며 유사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실장을 좌장으로 이뤄진 종합토론에는 전충훈 지역활성화랩 마르텔로 대표, 민앵 한국의료돌봄컨설팅협동조합 상임이사가 함께했다. 토론자들은 사회적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와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앵 한국의료돌봄컨설팅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누구나 자신이 살던 곳에서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앞으로는 주거, 보건의료, 돌봄이 통합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충훈 지역활성화랩 마르텔로 대표는 “지속가능성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사람의 삶이 지속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민간이 구체적인 실험과 행동을 한다면 행정은 민간활동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참석자들은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혁신 사례들이 더욱 확산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회적경제 혁신 사례들이 제도화되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장으로 선출된 복기왕 의원은 이날 포럼에서 “여전히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지역에서 사회적경제의 가능성과 영향력이 확장될 수 있도록 기초·광역 단체장과 의원들의 사회적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2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자료집 다운로드 링크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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