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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납북자를 월북 몰아간 정부…진실화해위 “참전 군인가족 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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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 안학수 하사(왼쪽)가 1966년 7월경 근무지인 붕따우의 제1이동외과병원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 안용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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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에 파병됐던 안학수씨가 현지에서 실종된 뒤 6개월 만에 갑자기 평양방송에 등장했다. 정보기관은 학수씨가 북한 요원에 납치돼 북한에 끌려간 사실을 알면서도 월북자로 몰았다. 교장 선생이었던 학수씨의 아버지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온 가족은 사찰을 당하며 평생 온갖 불이익을 받았다. 나중에 탈북을 시도했던 학수씨는 북한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5일 오후 열린 제90차 전체위원회에서 고 안학수씨의 동생 안용수·안인수씨가 신청한 ‘베트남 참전 납북군인 및 가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피해 확인)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권고를 통해 “국가는 안학수씨가 납북되었음을 확인하고도 2009년에야 납북피해자로 인정했다. 안학수씨의 가족들이 월북자 가족으로 분류돼 수십 년간 수사정보기관으로부터 관리, 감시를 당해왔던 점 등에 대해 사과하고, 이들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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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실종자 박성렬 병장 등과 안학수 하사의 존재를 처음으로 보도한 <경향신문> 1992년 2월29일치 지면. 이들에 대한 실제 조처가 이뤄진 것은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나고서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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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인들은 정부가 베트남전에 참전하였다가 납북된 학수씨가 1975년경 탈북하던 중 북한 당국에 의하여 간첩죄로 총살당한 사실을 알고도 방치‧ 은폐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월북자 가족이라면서 사찰‧고문‧공직배제 등의 인권침해를 하였다며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이 사건과 관련 진실화해위의 조사 쟁점은 크게 △안학수씨 납북사실 은폐 여부와 △가족들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 두 가지였다. 진실화해위는 안학수씨 납북사실 은폐 여부와 관련해 “정부는 1964년 8월30일 베트남에 파병돼 1966년 9월9일 귀국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실종된 안학수씨에게 월북의 동기나 정황이 없고, 단지 북한의 선전방송 외에 안학수씨 자의로 월북하였음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으며, 당시에도 안학수가 납북된 것으로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가게 된 경위에 대한 조사 및 송환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가족들의 인권침해와 관련해서도 보안사(현 방첩사)·경찰·중앙정보부(현 국정원) 등 수사정보기관은 안학수씨를 월북자로 분류하여 남파예상자로 삼아 안씨의 가족들에 대한 수사·보안관찰 등을 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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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27일 안용수씨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자신의 형 안학수씨의 명예회복을 주장하며 국정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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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보안사는 안학수씨의 직계가족 및 친가·외가를 모두 포함하여 해당 연고자 주소지 관할 보안부대가 동향을 파악하는 등의 수사를 하고, 주변인을 협조망으로 활용하여 1993년경까지 지속적인 시찰과 동향 파악 활동을 했다. 중앙정보부 역시 안학수씨를 남파 예상자로 보고, 연고자 명단을 작성하여 수사정보기관에 제공했다. 경찰은 안학수씨 가족들을 관찰보호대상자로 편입하여 사찰하였고 가족 우편물을 감시하였으며, 안학수씨를 월북자로 보고 이를 이유로 동생 안철수씨 신원조사 결과에 대해 부적합 판단을 하기도 하였다.



안용수씨는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공무원 숙정 과정에서 재직 중이던 서울 금복국민학교에서 사직 됐다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오랫동안 복직 요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 진실화해위는 관련 자료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진실화해위는 용수씨가 교사로 재직하던 중에도 보안사 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교장으로부터 사직 압박을 받았으며, 낯선 사람들이 학교 교문 앞에 있거나 본인과는 다른 사직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는 동료 교사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용수씨가 자의로 교사직을 사직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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