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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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친윤석열계는 “진솔하고 소탈한 회견”이라고 호평한 반면, 친한동훈계는 “뜬구름 잡는 회견”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한동훈 대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하루 국회 본청의 국민의힘 당대표실과 원내대표실 주변은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대통령의 회견이 끝난 뒤 먼저 움직인 것은 친윤계였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후 1시30분을 조금 넘긴 시각 입장문을 내어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게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겸허히 사과했다”고 평가했다. 추 원내대표는 ‘당 일각에선 기자회견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기자들의 지적에도 “대체적인 의원들의 평가도 제가 말씀드린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정작 윤 대통령을 향해 쇄신과 사과 표명을 요구해온 한동훈 대표는 침묵했다. 이날 아침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대표는 침묵했지만 친한계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당 지도부에 속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사과는 했지만, 사과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따지는 듯한)는 태도 아니었냐”고 했다. 그는 한 대표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은 것과 관련해 “침묵도 메시지”라고 했다.
한 대표 쪽의 이런 반응엔 대통령실을 향해 한 대표가 제시했던 ‘5대 요구’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그동안 △명태균씨 논란 사과 △참모진 전면 개편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전면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해왔다. 한 친한계 당직자는 “한 대표 입장에선 (요구가 모두 거부된 상황에서) 잘했다고 할 수 없고, 못했다고 할 수 없는 처지 아니냐”고 했다.
중립지대 의원들의 평가도 대체로 박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사과를 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국민과 ‘팩트’를 다투자는 것도 아니고, 아직도 검찰총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이 부분은 잘못한 거 아니냐’고 해주시면 딱 팩트에 대해 사과를 드릴 것”이라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 말이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도 “지금까지의 국정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며 씁쓸해했다.
당의 내분이 폭발하진 않았지만, 위기감은 한층 고조된 상태다. 야당이 처리를 벼르는 ‘김건희 특검법’과 한 대표가 제안한 ‘특별감찰관 추천’이란 뇌관도 그대로 남아 있는 탓이다. 야당이 1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8명만 이탈하면 재의결된다. 지난달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선 최소 4명이 이탈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오늘 기자회견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더 나빠지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의원총회에서 논의될 특별감찰관 이슈 역시 마찬가지다. 원내지도부는 민주당이 본회의를 소집한 14일 이전에 의총을 열 계획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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