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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여름 출생 아이가 독감에 더 취약?[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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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아누팜 B 제나·크리스토퍼 워샴 지음 고현석 옮김 | 어크로스 | 424쪽 | 2만2000원

경향신문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좋은 음식을 가려 먹고 스트레스가 적은 생활을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물론 가능성은 커진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에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개입한다.

의사이자 경제학자인 아누팜 B 제나, 의사이자 통계학자인 크리스토퍼 워샴이 함께 쓴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원제 Random Acts of Medicine)은 우연이 우리의 건강과 보건의료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통계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미국의 영유아는 생일에 즈음해 연례 건강검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들은 이때 예방접종을 함께하곤 한다. 독감 예방접종은 통상 9~11월에 실시되기에, 이 시기가 생일인 아이들은 건강검진을 받으며 독감 예방접종도 한다.

반면 8월생 아이는 건강검진을 받은 후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 9월 이후 출생자는 ‘쉬운 독감 예방접종’ 경로, 그 이전 출생자는 ‘어려운 독감 예방접종’ 경로를 탄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독감에 잘 걸리는 이유다.

직관에 반하는 내용도 있다. 우수한 심장 전문의가 모이는 대규모 학술대회가 열렸을 때 병원을 찾은 응급 심장질환 환자는 평상시 찾은 환자보다 치료효과가 더 좋았다. 최고 전문의가 자리를 비워 대체 인력에게 치료를 받았는데도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최고 전문의가 공격적인 과잉진료를 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심장 전문의는 환자들을 돕고 싶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이 배운 방법을 더 많이 적용하고 싶은 욕구에 지배되곤 한다.”

인간의 건강을 두고 인위적인 통제를 가하는 실험을 할 수 없기에, 저자들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우연히 이뤄지는 ‘자연실험’의 방법론과 방대한 통계를 활용했다. ‘대통령은 더 빨리 늙을까’ ‘의사의 정치성향이 환자에 영향을 미칠까’같이 흥미로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험 방법을 설계하고 변수를 제거해나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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