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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암세포 분류에서 AI 예측까지…나만을 위한 항암제를 찾다”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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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암세포에 여러 가지 항암제를 투입하고 있는 임프리메드코리아 연구소 직원. 임프리메드는 개별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항암제를 파악하기 위해 ‘감수성 평가’를 한다. ‘감수성 평가’는 한 항암제마다 7가지 농도로 구별해 암세포에 적용하는 것이다. 임프리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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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백혈병 항암제가 나에게 잘 맞을까?”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걱정이다. 백혈병 항암제가 글리벡 등 무려 21개나 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는 나에게 잘 맞는 항암제도 있겠지만, 잘 안 맞는 항암제도 존재할 것이다. ‘만일 나에게 투입된 항암제가 나와 상생이 안 맞아서 치료 효과가 크지 않게 되면…’ 하는 걱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2017년 미국 팰로앨토에서 회사 설립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스타트업 ‘임프리메드코리아’는 바로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임프리메드는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먼저 설립됐다.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를 함께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 생명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도 함께 받은 임성원 대표와 구자민 이사가 설립의 주역이었다. 두 사람은 이어 2018년에는 서울에 임프리메드코리아를 설립했다.



임프리메드가 내 몸에 맞는 항암제를 찾아내는 기술은 과연 어떤 것일까? 임프리메드가 사용하는 기술 세 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유세포 분석 기술이다. 유세포 분석은 레이저를 사용해 다양한 유형의 세포 및 기타 생물학적 입자를 계수하거나 분류하는 기술이다. 임프리메드는 백혈병을 앓는 반려동물이나 사람에게서 암세포를 추출해 유세포 분석을 한다. 이를 통해 ‘B세포 림프종’ ‘T세포 림프종’ ‘T-zone 림프종’ 등으로 암세포를 세부 유형으로 분류한다. 임프리메드의 구자민 이사는 “이렇게 환자가 걸린 암이 어떤 종류의 암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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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임프리메드를 함께 설 립한 임성원 대표(왼쪽)와 구자민 이사. 두 사람은 그다음 해인 2018년 서울에 임프리메드코리아를 설립했다. 임프리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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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프리메드가 사용하는 두 번째 기술은 감수성 평가다. 감수성 평가는 어떤 항암제가 특정 환자의 암세포에 더 잘 맞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임프리메드의 이효주 연구소장은 “환자의 척수에서 뽑은 암세포에 항암제를 농도별로 처리한다”며 “이를 통해 특히 효과가 있는 항암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프리메드는 현재 한 항암제마다 7가지의 농도로 구별해 사용한다. 백혈병의 경우 항암제가 총 21개인데, 이를 항암제마다 7가지 농도로 사용하게 되니, 모두 150회 가까이 실험하는 셈이다.







암세포 추출 뒤 여러 가지 실험 진행







‘유세포 분석’과 ‘감수성 분석’에서 중요한 부분은 몸 밖으로 추출한 암세포가 검사를 마칠 때까지 살아 있게 하는 것이다. 구자민 이사는 “환자의 암세포들도 환자 몸 밖으로 빼내면 금방 빠르게 죽는다”며 “저희가 개발한 것 중 하나는 환자 몸에 있던 암세포가 체외에서도 죽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용액을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임프리메드가 설립 첫해인 2017년에 가장 공을 들인 것이 이 용액 개발이었다. 구 CTO는 “이 용액을 6개월 만에 개발하면서 임프리메드가 다음 기술 개발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프리메드가 사용하는 세 번째 기술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분석이다. 이 연구소장은 “병원으로부터 환자의 성별, 나이를 포함해 여러 가지 임상 데이터를 받은 뒤 이를 통합해서 인공지능에 분석하게 한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조합의 변수가 특정 치료군에 대해 적합한지 파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장은 “AI를 통해 암의 예후를 예측하는 분석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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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프리메드코리아 로고. 김보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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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세포 분석과 감수성 분석, 그리고 AI 분석으로 얻은 정보는 어떻게 활용될까? 임프리메드는 이 정보들이 “암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을지 의사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효주 연구소장은 “특정 질환마다 환자를 치료하는 몇 가지 치료 프로토콜이 있다”며 “가령 어떤 질환에 대해 제1프로토콜과 제2프로토콜이 있는 경우, 임프리메드에서 ‘특정 환자에게는 제1프로토콜이 환자의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예측 결과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병원에서 ‘최적 치료법 선택’ 정보 제공







구자민 이사는 “현재 임프리메드가 확보한 반려견과 반려묘 등 반려동물 사례가 1만 마리에 가깝고, 사람의 경우도 수백 명에 이른다”며 “반려동물의 암세포 등은 주로 미국의 프랜차이즈 동물병원에서 얻은 것이고, 사람의 경우 한국의 강릉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과 협력한 것”이라고 했다.



임프리메드의 반려동물 대상 서비스는 국내에서도 상용화돼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사람 환자 대상 서비스의 경우, 병원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서류를 구비해 제출 및 등록 진행 중이며, 내년 초부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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