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살인 및 시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고모(36)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고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병원에서 여아와 남아를 출산한 뒤 바로 다음 날 경기 수원의 자택과 근처 골목 등에서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는 이들의 사체를 비닐봉지에 넣어 집에 있는 냉장고 냉동칸 서랍에 보관했다. 그는 2022년 12월 근처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사체를 옮겨 계속 냉장고에 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씨는 이미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또 출산하게 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고씨가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자, 남편은 임신 중절을 종용하며 아이를 낳을 거면 데리고 나가라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고씨가 범행 사실을 숨겨 남편은 낙태를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고씨 측은 재판에서 살인죄보다 법정형이 낮은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하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법원은 살인죄와 사체은닉죄를 인정해 고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심은 “피해자들은 태어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영아로 모든 것을 고씨에게 의존하고 보호가 필요했던 독립된 인격체였다”며 “피해자들은 하나뿐인 생명을 잃었고, 이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고 질책했다. 다만 “고씨가 잘못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피해자들까지 양육하게 되면 기존 자녀들마저 제대로 키우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했다.
2심도 1심과 같이 징역 8년을 유지했다. 고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살인죄, 사체은닉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한편 고씨는 이 사건 기소 당시 또 다른 아이를 밴 상태에서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는데, 1심 선고 이후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사례’를 발견하며 드러났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신생아 번호는 받았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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