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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요구 수사 과정에서 행한 이른바 ‘건폭몰이’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가 정당한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노조와 대화에 나서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2022년 정부가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활동을 불법화하고 탄압한다며 건설노조가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한 권고를 7일(현지시각) 내놓았다. 위원회는 우선 사건의 발단이 된 건설노조의 현장 조합원 채용 요구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이번 사건의 토대를 이루는 핵심 사항임에 주목했다. 위원회는 결론에서 “교섭의 대상은 이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위원회의 원칙을 상기한 뒤 “한국 정부가 건설 산업의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 조직과의 협의를 개시해 해당 부문에서 고용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건설 현장에서의 채용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를 할 것을 요청(request)”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이와 관련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정보를 알려달라고 했다. 정부가 건설노조와 대화에 나서란 얘기다.
위원회는 또 덤프트럭, 레미콘, 굴착기 등을 운전하는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들이 임금과 장비 대여료 등을 사용자 쪽과 협의하는 과정을 불공정 경쟁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처가 잘못됐다는 건설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간섭하지 않도록 정부가 보장할 것을 요청한다”며 “단체교섭을 위한 지침이 마련돼 단결권 행사와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인정을 위한 명확한 틀이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명확하게 핵심협약 위반이라고 판단하진 않았으나 공정거래위의 조처가 노조 활동에 대한 간섭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 건폭몰이의 줄기로서 사용자 단체를 상대로 한 건설노조의 교섭 요구 및 단체협약 체결에 대해 노조 간부들을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구속하고 기소한 것과 관련 위원회는 “자신들의 요구를 협상하기 위해 평화적인 단체행동을 조직했거나 현장의 산업안전보건상 문제점을 신고하겠다는 언급을 이유로 단 한 사람도 체포, 기소 또는 형을 선고받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물리적 탄압을 멈추란 얘기다. 위원회는 권고문에서 “공갈 및 협박 혐의로 조사받던 조합원 양회동씨가 2023년 5월1일 노동절에 분신 자결한 사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위원회의 이번 권고가 한국 정부의 협약 위반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며 평가절하했다. 노동부는 권고가 나온 뒤 낸 자료에서 “노조의 특정 조합원 채용 요구는 다른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현행법상 불법행위”라며 대화에 나서라는 권고의 취지를 애써 무시했다. 다만 “관계부처와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공식 답변을 통해 추가적인 사실관계 및 그간의 협약이행 노력과 개선내용 등을 적극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아이엘오 의장국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인다. 건설노조는 성명을 내어 “아이엘오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된 한국 정부가 이렇게 대놓고 권고를 거부하겠다는 말을 쉽게 할 줄은 몰랐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지난 6월 아이엘오 총회에서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당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한국이 노동기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데 대한 국제적 인정”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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