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3 (수)

상속세 개편 한시가 급한데 언제까지 부자감세 타령 [사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제출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을 예고했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주최한 2024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은 상속세 완화를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율 최고 구간 하향 조정과 세율 인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방치한 상속세를 현실에 맞게 손보자는 것을 '부자 감세'로 몰아갈 일은 아니다. 오히려 '세 부담 적정화'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부 세제개편안은 상속·증여세 과세표준 최저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높이고, 최고 구간을 '30억원 초과'에서 '10억원 초과'로 낮추면서 최고세율은 50%에서 40%로 인하하는 안을 담고 있다. 1인당 5000만원인 자녀공제 한도도 5억원으로 상향을 추진한다.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 26%에 비해 월등히 높다. 총조세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도 2.1%로 OECD 평균(0.4%)보다 높다. 상속세 공제 한도는 1997년 이후 28년째 그대로인데, 같은 기간 주택 가격은 2.2배 상승했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실제로 2000년 1조원이던 상속·증여세는 지난해 14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상속·증여세 납부 대상자도 3만9000명에서 26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상속세를 피해 해외로 이주하는 자산가도 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상속세 개편을 단순한 감세 정책으로만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가장이 사망할 경우 가족들이 집을 팔아 세금을 내야 한다면 정상적인 세금이라고 할 수 없다. 가업승계가 어려워진 기업인들이 기업가정신을 잃는 것은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상속세 완화=부자 감세'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사실 그동안의 폐해를 감안하면 상속세는 개편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폐지를 검토해야 할 세금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