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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역대급 세수결손 유탄…‘영끌’ 나서야 할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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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수 예측 실패…지난해 7조·올해 2조 지방교부세 줄여

경향신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1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최 장관은 이날 “지금은 전면적인 확장 재정을 할 시기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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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익산시의원 “○○~○○ 간 대체 우회도로 건설사업에 대해서 물어볼게요. 올해 본 예산에 62억원, 추경에 돈이 모자란다고 해서 10억원을 또 세웠어요. 그런데 결산 추경을 보니까 26억원을 삭감시켰어요. 아니, 돈이 부족하다고 추경에 (예산) 세워놓고 이번 추경에 또 삭감시키는 이런 예산이 어디 있냐고. 이거 완전히 고무줄 (예산 아니냐).”

익산시 관계자 “지금 정부에서 지방교부세를 정해진 금액보다 800억원인가를 적게 내려가지고 결산 추경에서 이 부분을 삭감했다.”

지난해 12월 전북 익산시의회의 예산안 심사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사업별 심사에서 번번이 나온 단어는 ‘세출 구조조정’이었다. 2023년도 예산안에 편성돼 있던 사업 중에는 기껏 추경을 통해 추가 예산을 편성했다가, 연말이 되자 예산을 도로 삭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예산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기를 반복했다. 어떤 사업은 범위가 축소되기도 했다. 예컨대 2023년 수해가 발생하자 익산시는 이듬해 예산안에 붕괴 위험이 있는 급경사지와 침하 위험이 있는 농로, 세천 등을 안전점검하는 사업을 편성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상당수 농로를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익산시에서만 벌어진 일도 아니었다.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돈줄을 옥죄기 시작했다.

왜 이런 혼란이 벌어졌을까. 최대 원인 제공자는 중앙정부였다. 정부는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역대급’ 세수결손이 발생하자 지방정부에 보내야 할 지방교부세 중 7조2000억원을 줄였다. 이 돈이 들어올 것을 가정하고 예산을 집행하던 지방정부는 급히 사업계획 재검토에 들어갔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이고, 급하지 않은 사업은 다음 해로 미뤘으며, 다음 해 예산안에서 신규 사업을 덜어냈다.

사업 줄줄이 삭감·폐기·연기

올해도 이런 일이 반복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국세수입을 재추계한 결과 올해 세수결손이 2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올해도 지방정부에 주기로 한 지방교부세 중 2조2000억원을 덜 주기로 했다. 지난해의 경험으로 올해 긴축재정을 운용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이미 졸라맨 허리띠를 한 번 더 졸라매게 됐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돼야 한다(지난 10월 29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지자체들은 2년 연속 세수 추계에 실패한 중앙정부로 인해 자치행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지역의 돈줄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지역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10여 곳의 시군 예산담당자에게 지방교부세가 미교부되면서 지역에서 벌어진 일들을 물었다. 일부 지자체는 세입이 많았을 때 쌓아놓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재정위기에 대응했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사업을 줄이고 지출을 옥좼다. 원칙적으로 사회복지사업은 감액하지 않는 기조가 유지됐지만 그 와중에도 일부 복지사업은 지출이 줄었고, 지자체장의 공약사업이나 숙원 사업이 뒤로 밀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충청권의 A군 관계자는 “신규 사업 억제하고 세출도 구조조정을 했다. (내년도) 예산 규모도 올해 예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A군은 지방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 중 한 곳이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 간 재정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지자체별 부족 재원을 고려해 주는 돈이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일수록 교부세 의존도는 높고, 교부세 미교부로 인한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A군은 큰돈이 들어가는 건설사업은 시기를 조정했고, 군청의 부서 운영을 위해 고정으로 들어가는 경상경비를 10% 이상 삭감했다. 군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편 복지 사업으로 추진한 버스 전면 무료화 사업도 언제 시행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A군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검토하고 용역도 추진했는데 전면 시행을 못 하고 있다.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장애인복지·농업기반시설 뒤로 미뤄

충청권 B군은 장애인복지시설이나 농업기반시설을 만드는 사업을 뒤로 미뤘다. B군의 관계자는 “교부세가 덜 내려오니 일을 할 수가 없다. 우리 지역은 초고령화 지역이다. 돌봄인구가 많고 인프라도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취약계층에 돌봄이 필요한 수요들이 있는데 신규 돌봄서비스는 추진도 못 하고 있다”라며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사업들도 있는데 예산 부족으로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인구는 더 줄어들고, 세입도 더 줄어들고, 행정서비스도 줄여야 하고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방교부세 미교부의 여파는 알게 모르게 지자체에 누적되고 있다. 예컨대 전남 무안군은 기후변화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자 2022년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의 조성 목표액을 종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였다. 이듬해 10억원을 반영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실제로는 4000만원을 추가 조성하는 데 그쳤고, 올해도 1억2000만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미래의 위험을 대비할 여력을 쌓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예산의 기본 원칙인 예측 가능성이 훼손된 점도 문제다. 지자체들은 2년 연속 받아야 할 지방교부세를 받지 못하자 내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 보고, 내년도 예산안을 보수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 관계자는 “전체 예산 규모가 4000억원 수준인데, 지방교부세가 많이 왔던 2022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교부세가 740억원 정도 줄었다. 내년도에도 교부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현재 내년 예산안을 검토 중인데 부서별로 요구한 예산 대비 770억원 정도를 삭감해서 짜려고 한다. 진짜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했다.

경남 창원시 관계자도 “지난해에 비누도 못 살 정도로 구조조정을 많이 해서 한 해를 버텼다. 워낙 (지방교부세가) 많이 깎여서 올해는 월별로 동향을 주시해왔다. 올해도 국비가 덜 걷히고 교부세가 삭감될 것 같아서 애초 내려온 교부세를 예산에 다 편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북 무주군 공무원 출신인 황인동 무주군의원은 세수결손이 발생하기도 전인 2023년 1월부터 무주군에 긴축 재정 운용을 요구했다. 황 의원은 “경제도 좋지 않고, 법인세 감세부터 해서 세수도 줄었다. 거기다 인구가 줄고 있다. 내년이나 내후년이라고 교부세가 삭감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무주군 예산이 앞으로 5년 안에 10년 전 예산 규모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무주군은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토지, 임야 등 행정재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상범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예측 가능성인데, 세수 추계가 잘못돼서 이미 편성된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국회를 거쳐 예산이 편성됐으니, (지방교부세를) 미교부할 때도 국회를 거쳐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해당 연도에 바로 (지자체 예산에) 반영시키는 건 잘못된 처사”라며 “지방정부의 부족한 재원을 지방교부세가 얼마나 채워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보통교부세 조정률인데 70%선까지 떨어졌다. 지방교부세는 지역 균형 발전의 재원으로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확대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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