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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이렇게 하면 멋질 것”, 아베·트럼프 만나게 했던 日외교관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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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스기야마 신스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지난달 30일 한일언론포럼을 위해 도쿄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내각제 국가로 현직 의원들이 장관을 하는 일본에서 사무차관은 직업 관료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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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에 바이든 대통령과 한 번 더 만나서 캠프데이비드 합의를 기념하는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과도 만나서 ‘앞으로 당신과 한·미·일 협력을 새롭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으면 멋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좀...”

트럼프 집권 1기인 2018~2020년 워싱턴DC에서 일본 외교를 지휘했던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일본대사는 최근 한일언론포럼을 위해 도쿄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내에 다시 한 번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열자고 한·일에 제안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스기야마 전 대사는 트럼프가 처음 당선돼 취임한 2016~2017년 일본의 직업 외교관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직인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지내며 고(故)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트럼프의 첫 통화, 첫 만남 등을 성사시켰던 인물이다. 그와의 간담회는 미국 대선(11월 5일) 전인 지난달 30일 이뤄졌지만, 대화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당선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바이든표 한·미·일 회의 쉽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위대한 리더십으로 위대한 미국을 이끌어가길 기원한다”며 “그동안 한미일 협력 관계가 나날이 견고해져 왔고, 이런 협력이 캠프데이비드 3국 협력 체계로 구축될 수 있었던 데에는 1기 재임 동안 한미일 간 협력을 잘 다져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도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와의 ‘캠프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에서 이뤘던 합의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내에 미국에서 다시 한 번 열자고 제의한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깔려 있었다.

스기야마 전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 전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위해 한국과 일본 정상을 미국으로 초청할 경우 이에 응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일본 정부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는 간담회 사흘 전인 지난달 27일 실시된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연정 집권 중인 자민·공명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총리직 유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도 반영됐다. 이시바 총리는 11일 일본 참의원·중의원에서 실시된 총리 지명 선거에서 승리해 총리직은 계속하게 됐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현직 대통령은 바이든이니까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해도) 관계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정론이긴 하다”면서 “현실은 쉽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바이든과 만나는 것을 분명히 싫어할 것”이란 얘기다.

스기야마 전 대사는 “바이든과 한 번 더 만나서 캠프데이비드 합의를 기념하는 동시에, 미국에서 트럼프와도 만나 ‘앞으로 당신과 한·미·일 협력을 새롭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으면 멋질 것이다”라면서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 정도의 정치적 힘이 있을지...”라고 말했다. 상당한 외교력과 정치적 자본이 필요한 일이란 뜻이다. 그는 “일본도 이런 얘기할 처지는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이 그럴 생각은 있을지 모르지만 정치적 힘이 많이 든다”고 했다.

◊트럼프와 오바마 모두 고려했던 아베

스기야마 전 대사는 그러면서 2016년 11~12월 미국에서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모두 만났던 아베 전 총리의 일화를 꺼냈다. 그는 “8년 전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을 금방 만나러 갔다”며 “(외교 관례를 깬 것이라) 매우 놀랐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2016년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9일 만인 2016년 11월 17일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로 찾아가 트럼프를 만났다. 현직 대통령을 배려해 당선인과의 만남은 취임 이후로 미루는 외교 관례를 깨고 이뤄진 만남에서 아베는 트럼프에게 ‘황금색 골프클럽'까지 선물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상당히 분개했고, 이후 일본 외교관들에게 보이지 않는 ‘보복’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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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왼쪽 두번째)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왼쪽 세번째)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비공개 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오른쪽)와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왼쪽), 통역사(왼쪽 네번째)의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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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으로서 대미 외교를 총괄했던 스기야마 전 대사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러) 뉴욕에 가도 좋냐'고 해서 나는 ‘안 된다'고 답했다”며 “그때 대통령은 오바마였으니까 ‘오바마가 화를 낼 겁니다.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화를 낼까? 안 될까?’라고 묻기에 ‘화냅니다. 안 됩니다'라고 했는데도 ‘오바마가 화를 내도 좋다고까지 말하면 (트럼프와의 만남을) 어레인지할 수 있냐'고 묻더라”고 했다.

스기야마 전 대사는 당시 아베 총리에게 “총리가 ‘오바마가 화내도 좋다'고 할 만큼 굳은 결의로 하겠다면 외교 관례에는 반하지만 관료로서 총리의 지시를 따르겠다. 하지만 내 의견을 묻는다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베는 트럼프와의 회동을 성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는 “총리의 결의로 트럼프와의 만남은 이뤄졌지만 오바마는 무척 화를 냈다”고 했다.

그런데 오바마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12월,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하는데 인사를 하러 가는 게 좋을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스기야마 전 대사는 “‘그동안 신세를 졌으니까 마지막에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은 찬성'이라고 말했더니 아베 총리가 ‘진주만에서 (회담을) 하고 싶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회고했다.

“패전국이었던 일본이 공격했던 곳인데 왜 일부러 거기서 만납니까”라고 물었더니 아베 총리는 “그러니까 거기서 하고 싶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에서...”라고 답했다. 일본 외무성은 아베 총리의 계획대로 회담을 추진했고, 2016년 12월 27일 아베 총리는 하와이에 가서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나란히 진주만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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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6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하와이 진주만에서 연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두 손을 모으고 연설을 듣고 있다. /V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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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야마 전 대사는 “아베 총리가 처음 ‘트럼프와 만나고 싶다'고 할 때부터 오바마와 진주만에서 만날 생각을 했는지는 이제 알 수 없게 됐다. 아베 총리가 세상을 떠났으니까...”라며 “그러나 결과는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이처럼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외교를 한다면 멋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 없는 트럼프, ‘돈 더 내라' 압박할 것

스기야마 전 대사는 “일본에서도 트럼프가 되면 큰 일이라고 생각하냐면 그것은 그렇다”며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3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재선이 있는 대통령은 유권자는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려한다. 하지만 재선을 생각하지 않는 대통령은 뒤가 없다”며 “지금 트럼프가 그렇다”고 했다.

스기야마 전 대사는 “재선이 없는 트럼프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것이라는 걱정이 확실히 있다”면서 “미국에서 나온 책을 보면 트럼프 집권 1기 때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했을 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라든지가 ‘그것은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트럼프가) ‘바로 할 수는 없다, 재선이 안 되면 곤란하니까'라며 ‘2기에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했다고 한다. 집권 2기에 주한미군을 철수하지는 않더라도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돈을 더 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기야마 전 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2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 순간 트럼프가 집권 1기에 했던 것처럼 북한의 지도자와 직접 대화하려고 할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1기에 (미·북 정상회담을) 했지만 (비핵화)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성과가 나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서 또 (김정은과의 대화를) 할지 알 수 없다”고 예상했다. 다만 “그래도 또 만나려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민당이 ‘소수 여당'이 되면서 이시바 정권에서 북·일 대화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스기야마 전 대사는 내다봤다. 그는 “일본인 납치 문제도 있고 하기 때문에 이시바 총리는 북한과 대화하고 싶은 기분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소수 정권’으로서 해외에서 큰 게임을 할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스기야마 전 대사는 “역으로 국내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모두가 ‘앗'하고 놀랄 만한 일을 해서 정권을 만회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는 길게 보고 국가 전체의 운명을 보고 하는 진검승부이기 때문에 자기 정권을 연명하기 위해 도박을 하는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는 사람(총리)으로서 그런 생각을 할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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