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수감 중 사망한 故양천종씨…내달 제주로 봉환식
옛 광주교도소 추가발굴 조사 막바지 |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광주교도소 옛터에서 발굴된 유해 중 1구가 제주4·3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인 것으로 75년 만에 확인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광주형무소(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무연고 유해의 유전자 정보를 확인한 결과, 유해 1구가 1949년 12월 4일 광주형무소 수감 중 숨진 고(故) 양천종(1898년생)씨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주읍 연동리(현재 제주시 연동) 출신인 양씨는 4·3 당시 집이 불에 타자 가족들과 함께 인근 노형 골머리오름으로 피신했다가 1949년 3월 토벌대의 회유 공작으로 스스로 피신처에서 나왔다.
이후 제주시 주정공장에서 한 달여간 수용 생활을 하다 풀려났지만 1949년 7월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다시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됐다.
양씨 가족은 1949년 11월께 '형무소에서 잘 지낸다'는 안부 편지를 받았지만,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같은 해 12월 4일 자로 형무소로부터 양씨가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간 유족들은 양씨 시신을 수습하려고 밭을 팔아 돈을 마련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유해를 찾지 못했다.
양씨의 손자 성홍(78)씨는 현재 제주4·3 행방불명인유족회 회장이다.
양씨의 아들이자 성홍씨의 부친인 두량(1922년생)씨도 4·3 당시 대전형무소로 끌려간 뒤 행방불명됐다.
성홍씨는 "아버지 시신을 찾으려고 유가족 채혈을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할아버지를 이번에 찾게 돼서 역할을 하나 한 것 같다"며 "할아버지가 당시 죄 없이 끌려가고 정식 재판도 받기 전에 고문으로 숨진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6·25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시신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돈만 날리고…. 어머니가 살아 계실 적에는 아주 한스러워하셨다"고 말했다.
또 "현재 생존해 계신 고모님으로서는 부친의 시신을 이번에야 찾은 것이니까 매우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인된 유해는 광주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의 무연분묘에서 발굴된 유해 261구 중 하나로, 옛 광주교도소 발굴 유해 중 첫 번째 신원확인 사례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타지에서 75년간 잠들어 있던 희생자에 대해 예우를 갖춰 고향으로 모셔 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해는 12월 16일 유가족과 제주4·3 희생자유가족회, 관계기관 관련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계 절차를 거쳐 유족회 주관으로 광주 현지에서 제례를 지낸 후 화장될 예정이다.
이후 12월 17일 항공편으로 75년 만에 고향 제주로 봉환돼 봉환식과 신원확인 보고회가 진행된다.
제주4·3 군법회의 수형인명부에는 4·3 당시 제주에서 수형인들이 광주형무소 등 전국 형무소로 이감됐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대전형무소 수감자들이 집단 총살된 대전 골령골에서 제주4·3 희생자인 고(故) 김한홍(1923년생)씨의 유해를 확인한 바 있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 제주공항,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안덕면 동광리, 대전 골령골, 경산 코발트 광산 등지에서 모두 529구(도내 417, 도외 112)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다른 지역 발굴 유해 2구 포함해 지금까지 14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과 제주4·3 유해 발굴 사업의 연계를 지속 요구해왔다"며 "지난해 대전 골령골에서의 첫 신원 확인에 이어 다른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도외 지역에서 추가로 신원이 확인돼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자체와 협력해 대전 골령골, 경산 코발트 광산, 전주 황방산, 김천 등의 발굴 유해에 대한 4·3희생자 신원확인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4·3 군법회의 수형인명부 |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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