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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윤석열, 대통령도 아니라카이…아내 ‘단도리’ 못한 바보” TK 민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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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1일 대구 동성로 중심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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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지하는 쪽인데도, 주변에서 그러고 매스컴에서 하도 잘못한다고 하니깨네, 잘못하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진한(75)씨가 망설임 끝에 입을 열었다. “뭐, 부인 김 여사 문제는 좀 그렇긴 해요. 자꾸 안 좋은 얘기만 나오고. 대통령은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는 거 같은데, 야당이 계속 여사 문제를 물고 늘어지니깨네.” 그는 제 손으로 뽑았고, 여전히 지지하는 대통령이 10%대 지지율로 추락한 상황을 몹시 곤혹스러워했다.



대통령이 아내에게 단호하지 못해 문제라는 이도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원단 가게를 하는 이아무개(79)씨가 그랬다. “사람만 보면은 그 사람, 남자다 카이. 인물도 좋아. 근데 (김건희 여사가) 뭐라 카드나? 오빠 무식쟁이? 남편한테 그카믄 되나? 그거를 못 다스려 가꼬.” 그는 “박근혜는 자기 권력을 제대로 못 써서 바보, 윤석열이는 아내 처신을 ‘단도리’ 못 해서 바보”라고 했다.



12일 대구에서 만난 시민들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박했다. 평생 보수정당만 찍었다는 이도 윤 대통령 이야기를 꺼내면 한숨부터 쉬었다. “대통령 칭찬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어요. 할매 할배들이 그러니, 저 같은 사람들은 대놓고 욕해요. 대통령도 아니라고.” 서문시장에서 가방 부속품을 파는 이재식(52)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구 민심의 동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18%였다. 지난 8일 조사에서 23%로 반등했지만, 대구·경북 지지도가 68%에 이르렀던 임기 첫 여론조사 때에 견주면 여전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악화된 대구 민심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 때 “(저를) 얼마나 아꼈는데, (대구·경북이) 얼마나 (제게) 실망이 크시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하루 거리에서 체감한 전반적 분위기 역시 ‘불안’과 ‘답답함’과 ‘안타까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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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방문한 대구 동성로 근처 한 국밥집에 윤석열 대통령 기념사진이 걸려 있다. 대구/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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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진짜 문제’라는 반응도 있었다. “한겨레는 영 별로”라며 취재를 한사코 거절하던 시장 상인 손진호(77)씨는 “윤석열이가 부정부패를 했나, 김건희가 부정부패를 했나? 문제는 한동훈인데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고 했다. “한동훈이는 진보 쪽으로 가야 된다 카이. 글마가 집안싸움만 안 해도 윤석열이 지지율이 45%까지 오른다꼬 내 장담한다.” 손씨 목소리가 높아지자 옆에서 지켜보던 행인이 맞장구를 쳤다. “사장님 멋집니더. 내 생각이 딱 그라예.”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를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관계에 견주는 말도 흥미로웠다. “유승민이가 박근혜한테 대든 거이 잘못이라 카는데, 내는 그래 생각 안 해. 유승민이는 박근혜한테 바른말 했고, 탄핵할 때 저쪽 편 든 거이 잘못인 기라. 한동훈이도 대통령한테 대들 수는 있는데 선 넘으모 유승민이 되아삔다.”(서문시장 원단 가게 사장 이씨)



젊은층 반응은 엇갈렸다. 동성로 중심가에서 만난 영남대생 최아무개(21)씨는 “여자애들은 나라 꼴이 이상하다는 걸 아는데, 또래 남자애들은 자기들이 약자인 줄 모르고 ‘약자에게 퍼주는 민주당이 싫어’ 국힘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그런다. 여기 어른들은 김정은이도 빨간 옷 입고 선거 나오면 뽑아 줄 거라고. 이번에 그분들도 제대로 느끼고 확 좀 바뀌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악인 신아무개(30)씨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봤는데, 남은 임기도 제 마음대로 할 거 같더라. 끝나고 감옥은 안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을 유흥업소 관리자라고 밝힌 ㄱ(28)씨는 심드렁했다. “나한테 일적으로 타격이 없으믄 대통령이 우예 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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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대구 반월당역 근처 대로에 진보당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관련 내용이 담긴 펼침막을 걸어놓았다. 대구/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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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는 시민도 간혹 눈에 띄었다. 교육계에서 일한다는 진아무개(58)씨는 “윤 대통령 부부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국가기관과 국정을 사유화한 것”이라며 “어정쩡하게 퇴로를 열어주는 임기단축 개헌 같은 건 안 된다. 반드시 파면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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