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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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이 재판 도중 주임검사에게 ‘법정에서 나가라’고 명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심리하던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재판장 허용구) 공판에서다. 공판에 출석했던 검사들은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이라고 반발하며 전원 퇴정했다. 그동안 공소유지 편의를 위한 관행으로 이어진 ‘검사 직무대리 운용’의 근거 법령이 해석을 두고 재판장과 검찰 측이 대립하면서 생긴 사건이었다.
‘직무대리 검사’ 놓고 검찰은 “적법한 관행”, 법원은 “위법”
허용구 재판장은 왜 검사에게 퇴정을 명한 것일까. 퇴정 명령을 받은 A검사는 현재 부산지검 소속이다. 그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근무 당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해 2022년 9월 기소했다. 지난해 9월부터 그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직무대리 검사’로 근무하고 있다. 직무대리 검사는 공판업무 등을 하기 위해 원 소속지로부터 다른 지방검찰청으로 파견가는 식으로 근무하는 경우를 말한다.
A검사는 성남FC 사건 재판이 열릴 때마다 자신이 예전에 근무했던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소속으로 ‘1일짜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재판에 참여해왔다. 그가 이 같은 방식으로 맡은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건, 서울고법 1건, 수원고법 1건 등이다.
수사검사가 다른 지방검찰청으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직무대리 검사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건 오래된 관행이었다. 검찰은 이런 관행이 관계 법령에 따른 적법한 직무집행이라고 주장한다.
근거 규정은 검찰청법과 검사인사규정과 검찰근무규칙 등을 든다. 검찰청법 5조는 ‘검사는 수사에 필요할 때는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돼 있고, 같은 법 7조의2는 검찰총장이나 검사장 등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가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통령령인 검사인사규정 15조와 법무부령인 검찰근무규칙 4조는 각 청의 장이 소속 검사 간 직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허 재판장은 이 같은 관행이 위법하다고 밝혔다. ‘같은 관할 검찰청에 있는 검사들끼리만 직무대리를 할 수 있다’고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재판장은 “검사 개인에 대한 인사권은 검찰총장이 아닌 대통령에게 있고, 검찰청법에서 정한 관할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검사의 1일 직무대리 발령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검찰 “다른 사건에선 문제 안 됐다”지만··· 법원 “엄격 해석이 원칙”
검찰은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복잡한 사건은 수사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해야 해서 직무대리 운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성남지청은 입장문에서 “검사는 주기적으로 전국 단위 인사이동을 하고 있으므로 인력 수급상 부득이한 경우 직무대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특별검사가 아닌 특검 파견검사가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례도 들었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례·대장동·성남FC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수원고법에서도 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검사가 공판에 출석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검찰이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과 달리 법원은 이번 일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법원도 그동안 검찰의 직무대리 관행을 별다르게 문제 삼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판사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을 통해 원칙적으로 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1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재판장 입장에서 공판검사로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 퇴정을 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계 법령에 검사 직무대리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는 “검찰청법 11조는 ‘검찰청의 사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고 포괄 위임 규정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 검사 직무대리에 대해서는 구체적 위임이 없어 논란이 생긴다”며 “검사 직무대리 발령 근거 규정인 검찰근무규칙 4조 내용을 검찰청법에 명백히 규정해야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날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을 기각하면서 향후 공판마다 직무대리 검사를 두고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 재판부가 재판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불공정한 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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