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극우 유튜브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윤석열은 국회를 겨냥해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를 저질렀다고 적반하장 주장을 했다.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만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무장한 계엄군은 국회뿐만 아니라 부정선거 의혹의 실체를 밝힌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까지 점거했다. 위험천만하게 대북 국지전을 유도하고 평양을 타격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있다.
비상계엄은 기습적이었지만 그 음모는 수개월 전부터 준비된 것이었다. 자신의 자멸적 행동을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강변하는 윤석열의 정신세계는 파시스트로서 모자람이 없다. 그가 국회를 겨냥해 쏜 내란죄, 반국가세력이라는 화살은 자신에게 되돌아갔다. 국회 탄핵소추안은 이렇게 쓰고 있다. “피소추자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그 요건과 절차를 위반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장한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침입하는 등 국회와 국민을 협박하고 폭행하는 일련의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대한민국 전역의 평온을 해하는 내란죄를 범하였다”.
12·14 집회에서 한 정점에 달한 광장시민의 탄핵집회가 없었더라면 국회 탄핵가결은 큰 난관에 봉착했을 것이다. 윤석열의 내란 쿠데타는 처음부터 광장정치와 제도정치의 두 바퀴로 가는 민주적 회복력과 광범한 탄핵연대에 의해 저지되고 일단 실패하였다.
그러나 한 고비는 넘겼지만 내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과 윤석열의 직무정지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팽팽한 이중권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내란세력이 권력을 쥐고 있고 그들의 명시적, 묵시적인 사보타주가 자행되고 있다.
첫째, 윤석열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있을뿐더러 헌재의 탄핵심판 청구서도 거부하고 있다. 치졸한 지연작전이다. 공수처가 체포영장 청구를 늦출 아무 이유가 없으며 신속하게 윤석열을 체포, 구속, 수사해야 한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내란특검법에 대해 시간을 끌고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상설특검법에서 ‘지체없이 후보자 추천의뢰’라고 되어 있음에도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둘째, 한덕수는 12·3 비상계엄 방조 책임이 막중하고 내란죄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다. 이 자를 민주당과 광장의 ‘비상행동’이 권한대행으로 인정한 것은 중대 결정이었다. 한 대행은 제정신이라면 그간 내란사태의 진실과 정치적 입장을 국민 앞에 밝히면서 사죄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에 협조해야 한다. 그럼에도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 상설특검법에 지연작전을 펴고 양곡관리법 등 6개 개혁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한덕수가 제2의 윤석열 행세를 하도록 용납해서는 안 되며 탄핵해야 한다.
셋째, 검찰은 윤석열 권력구조의 핵심부였고 경찰수뇌부(경찰총장과 서울경찰청장)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럼에도 검찰, 경찰이 공수처와 함께 내란 사태를 수사해 혼란이 빚어졌다. 공조수사본부가 만들어지고 검찰이 내란사건 수사에서 손을 뗀 것은 다행이나 느닷없이 국수본을 압수수색하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과 경찰이 저지를 수 있는 내란 동조 행위를 막아야 한다.
윤석열의 시대착오적 친위 쿠데타는 성격상 수세적인 것이며 한국에서 극우정치의 사회경제적 지지기반은 협소하다. 윤석열은 트럼프적 포퓰리스트가 아니다. 한참 그 하수다. 그럼에도 극우세력은 너무 위험하게 커졌으며 국가기관, 사회문화, 경제 곳곳에 뚜렷하게 퍼져 있다. 불안정한 이중권력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탄핵연대를 광범하게 가져가면서 내란세력을 고립시키는 일이다. 내란동조 극우 수구당인 국민의힘을 구석으로 몰아 궤멸시켜야 한다. 그런데 국면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광장시민의 집회·시위가 여의도에서 광화문, 남태령으로 옮겨간 가운데 민주당이 제안한 여·야·정 국정안정협의체에 국민의힘이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는 민주당이 앞장서서 반(反)내란 탄핵연대를 깨는 꼴이다. 탄핵연대에 금이 가고 있다.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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