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DC/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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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하고 긴 한파가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온난화라더니 어떻게 된 거야?”(2018년 11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트위터 글)
2025년 1월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할 ‘당선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2018년 11월 한국 인천 송도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산업화 시대(1780년 무렵)와 비교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2030년까지 2019년 기준 온실가스를 절반 가까이 감축해야 한다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같은 달 트럼프는 미국 북동부 지역에 극지방에서 불어온 찬 공기로 한파가 이어지자, 온난화라고 말한 사람들을 조롱하는 트위트를 남긴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 등 중위도 지역에 찾아오는 한파는, 북극에 머물러야 하는 차가운 공기를 가두는 힘이 온난화의 영향으로 약해지면서 이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앉으며 발생하는 기후변화 현상이다. 그러나 그는 과학자들의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지구는 안녕할 수 있을까.
트럼프의 2018년 11월 트위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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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점 5~6년 남기고 기후변화협정 탈퇴했던 트럼프 당선
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자의 정권 인수팀이 내놓을 예정인 행정명령 등에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그는 1기 때였던 2017년 6월 “미국에 도움이 안 된다”며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 전력이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기후변화협정 재가입에 서명했으나 트럼프가 다시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의 반대로 절반 정도만 유효했지만, 트럼프 1기 재임 기간에만 벌써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 관련 규제 100여개를 폐기·후퇴시킨 전적이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2기에도 환경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들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작성한 ‘프로젝트 2025’를 보면, 미국 환경부 역할을 하는 환경보호청(EPA)의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하고” “규모와 범위를 줄인다”고 명시돼 있다. 해양과 대기를 조사하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해체하고 많은 기능을 없애 민영화하거나 주 산하기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나와 있다. 11일 트럼프 당선자는 “신속한 규제 완화를 보장할 것”이라며 공화당 정치인 리 젤딘을 환경보호청장으로 임명했다.
이런 ‘반환경적 지구인’ 트럼프의 귀환에 지구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안타깝게도 그의 재임 기간(2025년 1월~2029년 1월)은 인류에게 기후위기와 맞설 시간(탄소예산: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남은 탄소의 양)과 겹친다. 2021~2023년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종합보고서는 매년 평균적으로 세계 각국이 배출하고 있는 배출량(약 500억톤(50Gt), 이산화탄소 환산톤)을 기준으로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 시점이 2030년 전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시점이 기존 연구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매년 나온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 2위(1위 중국)이며 지난 200여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인 미국이 노력하지 않고,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기후 대응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트럼프 당선 소식이 11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개최 소식을 압도하는 이유도 이런 불안감 때문이다. 기후 대응을 위한 금융 정책과 재원 마련 등이 총회의 주요 안건이지만 미국의 참여 없이는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020년 7월2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텍사스 미들랜드의 에너지회사 더블이글에너지에서 석유와 가스 개발 허가 서명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들랜드/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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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화석연료 사용 확대…기후공시도 앞날 몰라
“드릴, 베이비, 드릴.”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은 석유 시추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면서 이 용어를 반복해 사용했다. 트럼프 당선자도 이번 선거에서 이를 반복해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공약으로 꼽히는 ‘어젠다 47’에서 밝힌 에너지 정책은 선명하다. ‘친화석연료, 반청정에너지’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를 보유하는 국가가 되겠다”며 미국의 전략석유비축량(SPR)을 보충하겠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뉴욕주에서 셰일가스 시추를 서둘러 승인하며, 석유와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좌초시킨 모든 규제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정치후원회(PAC)에 석유업계가 7500만달러 이상을 기부했고 트럼프는 이들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자가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 부처 사이 정책을 조율하는 ‘에너지 차르’를 만들 계획이며, 그 자리에는 선거 기간 에너지 분야 고문으로 활동하며 석유 재벌과의 소통을 책임진 더글러스 제임스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와 자동차산업 로비스트 출신의 트럼프 정부 에너지부 부장관이었던 댄 브루옛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또 바이든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촘촘히 마련해온 산업·경제 정책 등을 전면 되돌리겠다는 생각도 ‘어젠다 47’에 제시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 전환과 태양광·풍력 에너지 등 저탄소·청정에너지 전환을 독려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다. “비싼 전기차를 사도록 강요하는 바이든 정책” “가격을 끌어올렸고 생산 시스템을 붕괴시킨 그린뉴딜 정책은 사기”라고 그는 유세 기간에 여러차례 언급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착안한 탄소포집저장(CCS)이나 수소 혼합 등 새로운 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도록 만들었던 여러 규제 때문에 미국 시민들이 비싼 전기요금을 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탄소감축 계획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거짓 공시를 할 경우 기업의 대표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기후공시 제도 시행에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영국의 데이터 기반 기후변화매체 ‘카본 브리프’는 트럼프 2기 석유와 가스 시추 정책이 실현될 경우 미국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달성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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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세계 기후운동가들이 11일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개최를 앞두고 영국 런던 타워브리지에 기후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을 멈출 수 없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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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트럼프라도…“세계 흐름 거스를 수 없을 것” 전망도
100~200년 단위의 기후변화 추이를 연구하는 기후과학자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와 같이 5~10년가량 영향을 미치는 단기 사건은 지구의 운명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지구의 미래는 지난 150년 남짓 배출한 탄소의 누적으로 기온과 온실가스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를 보면, 트럼프 1기(2017~2021) 미국이 배출한 온실가스양은 늘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으로 임기 막바지에는 오히려 배출량이 줄었다. 또 트럼프 1기 당시 연방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했을 당시 24명의 주지사들은 ‘미국 기후 행동 연합’(미국 인구 55%)을 만들어 자체적인 기후 대응을 이어가기도 했다. 미국 우선주의, 경제와 일자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자가 기후과학을 무시할 수는 있지만, 이미 세계 경제가 재생에너지나 전기차와 같은 산업의 성장에 따라 기존 산업이 전환되어가고 있어, 미국 홀로 전혀 다른 길을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미국 특사 존 포데스타는 미국의 기후 대응은 계속될 것이라고 11일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기후변화 자문위원인 로버트 오어 메릴랜드대학교 공공정책대학 학장은 7일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기후변화 대응은 경제시장으로 옮겨갔다”며 “미국이나 다른 지역의 정치적 리더십 결정은 10~15년 전과 같은 중요성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이 청정에너지 시장에서 주춤하자,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린다 칼허 유럽 기후외교 싱크탱크 ‘전략적 관점’ 이사도 “트럼프의 화석연료 집착은 세계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은 새로운 기회를 포기하지 않고 전기차,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제조 투자를 늘릴 것으로 내다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8일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지급되는 보조금 등의 수혜가 민주당 선거구보다 공화당 선거구에 3배 더 쏠렸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이를 쉽게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언론도 보조금 사용의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차지할 가능성이 커 법안을 조정하기 더 쉬워진 점도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한 상황이다. 미국 상원은 대법관 인준 권한이 있어 대법원 판결도 공화당에 유리하다. 뉴욕타임스는 대형 석유회사들의 로비를 받는 공화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하기보다 수정해 이들의 이익을 챙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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