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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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대기업 대출금리보다 낮아진 ‘금리역전’ 현상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시설자금 대출금리가 운전자금 금리보다 훨씬 빠르고 가파르게 떨어지는 추세도 관찰된다. 정책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국내 예금은행의 지난 9월 중소기업 평균대출금리는 연 4.74%로, 대기업 평균금리(연 4.81%)보다 낮다. 지난 2월 중소기업(4.98%)이 대기업(5.11%)보다 낮아진 이후 금리 역전 현상은 8개월째 진행 중이다. 2021년 1월 이후 월별로 보면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대기업금리보다 통상 50bp(1bp=0.01%포인트)가량 높았으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3.50%)을 시작한 2023년 2월께부터 금리 차이가 축소됐다.
전체 예금은행에서 금리 수준별 대출액(신규취급액 기준)이 신규취급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중소기업 금리 우위’ 현상이 더 선명하게 관찰된다. 지난 9월 기준 중소기업 및 대기업의 각각 신규 대출액 대비 금리 ‘3%~4% 미만’ 대출 비중은 중소기업 23.1%, 대기업이 12.2%다. 중소기업이 3%대 저금리 대출을 대기업보다 두배 더 받는 것이다. 금리 ‘4~5% 미만’은 중소기업 36.8%, 대기업 55.4%이고, 금리 ‘5~6% 미만’은 중소기업(28.5%)과 대기업(27.2%)이 엇비슷하다. 앞서 지난 8월에는 3%대 저금리 대출 비중이 중소기업이 27.8%로, 대기업(6.9%)을 크게 앞질렀다.
금리 수준이 정점에 들어선 2022년 8월께부터 연 3%대 금리 대출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거의 자취를 감췄는데, 금리 정책전환(인하 사이클) 기대감이 확산한 올해 4월에 중소기업 신규 대출액 중 20%가 ‘3%대 금리’로 집행됐다. 이때부터 중소기업 신규대출 중 20~27%가 3%대 금리로 공급되고 있다. 반면 대기업 신규 대출 중 3%대 금리 공급 비중은 지난 9월에서야 10% 수준(12.2%)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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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대기업 대출은 신용대출이 대부분이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담보대출 위주인 데다 정부 보증부대출과 한국은행 금융지원중개대출(연 2.0%) 등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대출 공급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라는 뜻이다.
대출 용도에서도 대출금리 추이는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시설자금(생산설비 구입 및 정보화 구축 자금 등) 대출금리가 운전자금(인건비·관리비 등 일반경비 운영자금) 대출금리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시설자금 대출평균금리는 연 4.18%로, 운전자금 평균금리(4.99%)보다 81bp 낮다.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대출금리는 2021년 1월 이후 약 10bp 차이를 유지하면서 시설자금 대출금리가 ‘약간 낮은’ 편이었는데, 고금리 정점 시기(2022년 말)를 통과하면서 이 격차가 매월 50bp가량으로 벌어지더니 이제는 시설자금이 운전자금에 견줘 80bp나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운전자금 금리는 지난해 12월 5.34%에서 지난 9월 4.99%로 하락했지만, 같은 시기에 시설자금 금리는 5.12%→4.18%로 거의 100bp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하자 은행권에서는 수요가 견조하고 금리 마진이 높은 대기업대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전년 말 대비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의 증가액은 똑같이 28조1천억원으로 신규 기업대출 총액 중 대기업대출 비중이 50%에 이른다. 이는 2020년 이후 최대폭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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