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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친러·친시리아’ 인사가 미 국가정보국장을? 워싱턴 또 뒤집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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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이 지난 2월22일 메릴랜드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프린스조지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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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법무장관 지명자에 이어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로 워싱턴 정가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정보기관 근무 경력이 없는 데다 ‘친러시아·친시리아’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여러 차례 비판받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진짜 후보를 임명하기 위한 낙마용 가짜 후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인준권한을 가진 상원을 향해 ‘트럼프인가, 국가인가 선택하라’는 요구가 보수진영에서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3일(현지시각) 국가정보국 국장으로 지명한 털시 개버드(43) 전 하원의원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를 지지한 몇 안 되는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다. 지난 8월 트럼프를 공개 지지한 뒤 선거운동을 도운 그는 한때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국가정보국은 9·11 이후 정보기관 간의 조정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중앙정보국(CIA)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한다.



그의 지명을 두고 ‘정보기관 수장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반대가 거세다. 주요 외교 사안에서 적대국인 러시아·중국·시리아 등에 동조하는 의견을 자주 밝혀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몰아갔다’, ‘우크라이나에 미국이 자금을 댄 생화학 무기 실험실이 있다’ 등의 발언을 하거나 이를 암시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고,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를 만난 뒤엔 ‘아사드는 미국의 적이 아니다. 미국의 개입이 문제’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디애틀랜틱은 “개버드는 미국을 문제의 원인으로, 독재자들은 오해받는 존재로 묘사한다는 비판을 받는 인물”이라며 “그의 임명은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개버드와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이 미국 정보 기관의 핵심에 접근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보 기관 관련 경험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거의 10년간 하원에 있었지만,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정보 분야 초보자이자 모스크바에 동조적인 인물로 간주되는 개버드가 700억달러(약 98조원) 규모의 국가 첩보 기구를 총괄하게 된다면 충격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상원 인준은 험난해 보인다. 보수성향의 주간잡지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국가를 우선시할지 트럼프에 굴복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국가정보국장은 외국 정부와 테러 조직 내부에 깊숙이 잠입한 스파이들에 대한 정보도 다룬다. 개버드가 임명된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 수장을 이념적 동조자로 두게 된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도 “여전히 전통적인 국가 안보 강경파가 많은 상원에서 이런 인물 인준은 지나친 무리”라고 평가했다. 디애틀랜틱은 “트럼프가 다른 인물을 임명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개버드가 상원에서 인준받지 못하고 탈락하면 ‘공석으로 둘 수 없다’며 더 충격적인 인물을 ‘휴회 중 임명’ 방식을 통해 임명하려는 포석”이라고 내다봤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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