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트럼프 지지 선언... 마러라고 회동 예고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폭등에 돈방석 앉아도 울상
미국 이민자 송금 GDP 20%... 불법 이민 25만 명
하비에르 밀레이(오른쪽)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도널트 트럼프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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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에 따라 남미 2개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 구제금융이 절실한 아르헨티나는 쾌재를 부른다. 일찌감치 줄을 댄 트럼프, 그리고 '트럼프 2기'의 최고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주도의 IMF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반대로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따라 돈방석에 앉았음에도 울상을 짓고 있다. 불법 이민 문제의 가시적 해결이라는 숙제를 떠안을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아르헨 대통령, 트럼프 향한 '매력 공세'로 기회 얻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자를 향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매력 공세'가 아르헨티나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IMF 최대 채무국으로 440억 달러(약 61조9,000억 원)의 빚을 진 아르헨티나가 트럼프에 기대 '추가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는 얘기다.
아르헨티나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아르헨티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8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경제 위기에 페소화를 마구 찍으며 대응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자본 통제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수십억 달러 상당 IMF 신규 차관의 도입 없이는 위기 탈출이 쉽지 않다.
밀레이는 지난 2월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 트럼프를 만나 재선 출마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라틴아메리카 동맹’을 자처하기도 했다. 자유무역 신봉자인 그는 사실 미국 우선주의자 트럼프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포장하며 적극 구애했다. 트럼프도 만남 직후 “훌륭한 사람”이라고 화답했다. 대선 승리 확정 후인 12일, 트럼프는 밀레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친밀감을 표했다.
하비에르 밀레이(왼쪽)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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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실세' 머스크와 브로맨스도 비빌 언덕
밀레이는 '트럼프 2기 미국'과 최대한 코드를 맞추려는 모습이다. 사업가인 헤르한드로 웨르테인 주미국 아르헨티나대사를 외무장관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가 알레한드로 옥센포드를 후임 대사로 각각 발탁했다. 대미 외교라인에 기업가를 전면 배치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최고 실세가 된 머스크를 의식한 행보다. 밀레이는 머스크 소유의 엑스(X·옛 트위터)가 브라질에서 퇴출 위기에 몰렸을 때, 백기사를 자처하며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리튬 개발 등 머스크가 대(對)아르헨티나 투자를 고민한다는 소식도 호재다. 밀레이는 14~16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CPAC 2차 회의에 참석, 트럼프를 만날 예정이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정한 지 3년이 되는 9월 8일, 엘살바도르 칠티우판에서 한 시민이 비트코인이 그려진 티셔츠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칠티우판=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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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때문에 '천당'과 '지옥' 오가는 엘살바도르
반면 아르헨티나처럼 IMF에 손을 벌리고 있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답답한 처지다. 미국을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따라 2021년 9월 법정화폐로 지정한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큰 수익을 얻게 됐으나,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 예고는 뼈아프다.
엘살바도르 경제는 미국 내 100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엘살바도르인이 보내오는 송금으로 버티고 있다. 송금 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이다. 문제는 이민자 다수가 미국 비자를 갖고 있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약 25만 명은 트럼프가 언제든 강제 송환할 수 있는 '임시 보호'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IMF와도 껄끄러운 관계다.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지정한 탓에 수년째 대립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데, 트럼프는 “엘살바도르가 마약상 등 모든 범죄자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뉴욕 외교관계위원회의 연구원 윌 프리먼은 "트럼프에게 중요한 거래는 이주자 수 감소"라며 엘살바도르로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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