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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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낭독에 걸린 시간은 불과 22분이었지만 기소부터 선고까지는 799일이 걸렸다. 피고인의 무기한 단식과 재판장 사퇴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15일 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을 한참 뛰어넘는 형량이다. 지난 2022년 9월 8일 이 대표가 기소된 지 2년 2개월만의 선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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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과정서 “김문기 모른다” “국토부 협박” 발언
이재명 공직선거법 '김문기 모른다' 발언 인터뷰 화면. SBS, 채널A 캡쳐. 사진 각 방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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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이 대표가 제20대 대선을 치르며 방송 인터뷰와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2021년 12월 21일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했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튿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김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김 처장이 2009년 공동주택 리모델링 세미나에서 함께 찍힌 사진을 제시하며 ‘거짓말’이라고 맹공했다.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 때 김 처장이 이 대표를 수행하는 사진은 대선 내내 공방의 중심이 됐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29일 채널A 프로그램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다”며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 내 가지고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말했다.
2021년 10월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국토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 말도 문제가 됐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반박하며 “(용도변경은)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라며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걸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협박이나 강제가 없었다며 이 대표의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시민단체와 국민의힘이 각각의 발언을 고발해 수사가 시작됐고, 2022년 9월 이 대표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당선목적의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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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기로 속 단식농성…재판장 사직 등 우여곡절 거듭
지난해 9월 21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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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2022년 3월 첫 재판이 열렸지만 재판은 초반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주요 증인과 대면해 공방을 이어간 것도 잠시, 이 대표는 정기국회 개막 하루 전인 지난해 8월 31일 “무능·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재판도 단식 여파로 두 달간 세 차례 기일변경을 거듭하며 공전했다.
지난해 10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자리가 비어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를 사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불출석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국정감사에도 불참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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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 26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청사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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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는 16개월 동안 재판장을 맡았던 강규태 부장판사가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직서를 냈다. 여권 안팎에서는 공판 갱신 절차 등을 진행하느라 재판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강 판사는 법정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들고 “(사직 여부와 무관하게) 물리적으로 총선 전 선고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사직과 별개로 다가오는 정기 인사로 재판부는 바뀔 예정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지금의 한성진 부장판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3월부터 재판이 재개됐다.
22대 총선 승리 이틀 뒤인 지난 4월 12일 오전, 이재명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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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4·10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22일 선거 일정 등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 없이 재판을 진행했다. 지난 8월에는 이 대표가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결심 공판이 2주 밀렸다. 지난 9월 20일, 기소 2년만의 결심에서 검찰은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2년 2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이날 법원은 이 대표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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