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시설 내부 안전 관련 규제 취약…국내 난연 매트리스 사용 의무화 목소리
유명 매트리스 업체, 해외에선 ‘난연’ 의무, 내수는 ‘안전불감증’
지난 8월 화재로 7명이 사망한 경기 부천 호텔의 객실 내부 모습. 당시 화재 원인은 낡은 에어컨에서 누전된 불꽃이었지만 객실 내 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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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을 앞두고 난연 매트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난연 매트리스가 화재 시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을 막아 화재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안전성’을 우선하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 소방청 2023년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총 3만885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8965건(23.1%)이 생활공간에서 발생했다. 발화지점별로 보면 주방이 4087건(45.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침실 1200건(13.4%), 거실 1126건(12.6%), 화장실 703건(7.8%) 순이었다.
사망자별로 보면 침실이 6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거실 47명, 주방 23명, 화장실 5명 등이다.
발화지점별로 두 번째로 높은 침대는 침실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매트리스는 공기층을 포함한 섬유 직물로 구성돼 화재 발생 시 화재를 키우는 ‘기폭제’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매트리스 소재로 쓰이는 라텍스나 메모리폼 등 화학소재에 불이 붙을 경우 유독가스를 내뿜는 양이 다른 가구보다 많다.
실제로 지난 8월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의 원인은 낡은 에어컨에서 누전된 불꽃이었지만 이를 ‘대형화재’로 키운 건 객실 내 매트리스였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익명을 요구한 호텔 관계자는 “국내 주요 호텔은 난연 기능이 추가된 제품을 권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반 매트리스에 비해 가격이 비싸 일반 숙박업소나 가정용에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OECD 선진국에서는 난연 매트리스 유통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실제 화재 상황에 준하는 버너 시험법을 제조, 판매, 수입되는 모든 매트리스에 적용하고 있다. 매트리스 실물 규모 화재시험규정(CPSC 16 CFR Part 1633)에 의해 총 30분간 시험 중 최대 열 방출률이 200킬로와트(kW)를 초과하지 않는 제품만 판매를 허용한다.
영국은 침대 매트리스를 포함해 주거시설에 사용하는 모든 가구류에 방염을 의무화했다. EU는 모든 매트리스의 사용 환경에 따라 화재 위험성을 4단계로 나누고 의무 적용 중이다.
오피스텔 화재 현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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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정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난연 처리된 매트리스 사용 의무가 없다. 숙박업소에서조차 가연성 물질을 화학적으로 처리하는 방염 수준의 조항(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0조)만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매트리스에서 난연 매트리스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유명 침대업체인 A사는 미국의 매트리스 난연 처리 의무화로 모든 가정용 매트리스에 난연 처리를 하면서도 국내 판매용 가정용 매트리스에는 난연 처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A사는 “현재 호텔 등 공용 시설은 권고사항에 따라 난연 처리된 매트리스를 납품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쓰는 매트리스는 난연 기능이 빠져 있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 요구가 많아지면 난연 매트리스 생산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난연 매트리스에 쓰이는 소재에 대한 안전성이 완벽히 입증된 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B사도 호텔에 납품하는 일부 제품에 한해서만 난연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B사는 “시장 반응 및 고객 수요를 검토한 후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침대업계 관계자는 “난연 매트리스 생산의 경우 소재 변경과 안전 인증 등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며 “침대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영리 추구가 우선인 만큼 어쩔 수 없다”고 실토했다.
난연 매트리스는 매트리스를 난연 실험 기관 등에서 불에 태워야 하기 때문에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국내 유명 매트리스 제조사 중에는 시몬스 정도만이 자발적으로 매트리스 전 제품에 난연 소재를 적용했다. 시몬스는 올 초 공익을 위해 난연 매트리스 제조공법 관련 특허를 공개해 어느 업체든 무료로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활용해 난연 매트리스 생산에 나서지 않고 있다.
모텔 화재 현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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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엔 우리나라도 난연매트리스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숙박시설부터 공개 의무를 두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또 “업체 입장에선 제작비가 1.5배 정도 비싸고 아직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난연 매트리스 제작을 미루는 것”이라며 “국민 안전을 위해 관련 안전 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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