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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단독] HL홀딩스, 자사주 4.8% 재단에 무상증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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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이행’ 내세웠지만
의결권 부활로 오너 백기사 효과
“고려아연 분쟁 의식했나” 눈초리


매일경제

HL그룹 지주사가 최근 자사주를 재단 법인에 무상으로 넘기기로 결정하며 주주 반발이 거세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존 취득 목적에 역행한다는 비판이다. 반면 오너 일가 입장에선 사재를 단 한푼 들이지 않고 경영권 백기사를 확보하는 셈이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홀딩스는 지난 11일 비영리재단 법인을 설립해 자사주 47만193주(8일 종가 기준 약 163억원)를 무상 증여하겠다고 공시했다. 발행주식총수의 약 4.76%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 측은 공시에서 ‘사회적 책무 실행’을 처분 목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사실상 재단을 통해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시켜 최대주주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지닌다. 이사회는 공시 당일 오전 무상출연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20년 2월과 2021년 5월 두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목적으로 밝힌 ‘주주친화정책’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HL홀딩스는 배당수익률이 6%에 육박함에도 2차 자사주 취득 시점 이후 주가가 24% 하락한 상황이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WCP 투자 손실 여파였다. 현 주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충격을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이번 무상출연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려아연발(發) 적대적 M&A 우려가 작용했다는 눈초리를 보낸다. HL홀딩스는 정몽원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1.58%에 불과하다. 통상 최대주주 지분율이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하면 지배력이 낮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하고 싶다면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모든 주주 지분율을 동등하게 높이는 형태가 상식적”이라며 “이같은 무상출연이 허용될 경우 향후 다른 기업에서도 악용될 소지가 커보인다”고 말했다.

주식 증여가 회사 재무 부담을 키운다는 점도 논란이다. 약 163억원의 기부금이 일시에 회계상 손실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과거 3년 평균 지배주주 순이익의 약 30%에 해당한다. 여기에 재단에도 배당을 지급할 경우 약 9억4000만원(주당 2000원)이 추가로 지출된다. 전년 배당 지출의 4.9% 수준이다.

무상출연 규모 자체도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HL홀딩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 수준에 머물고 있어 장부가치로는 약 543억원에 달한다.

한편 자사주 재단 출연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KT&G 역시 2001년부터 이사회가 자사주 1000만여주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대신 재단·기금에 무상 증여해 회사를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로부터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받았다. KT&G 비영리법인 지분율은 9~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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