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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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연쇄 회담했다.
영국과 호주는 미국과 함께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결성한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회원국이다. 시 주석은 한동안 중국과 관계가 불편했던 미국의 안보 동맹국 정상과도 폭넓게 접촉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AFP·로이터·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스타머 총리와 만나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광범위한 영역이 있다”며 “중국과 영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고수하고 중·영 관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도 “강력한 영·증 관계는 양국과 국제사회 모두에 중요하다”면서 대화를 강화해 양국의 상호 이해를 높여가자고 답했다. 스타머 총리는 베이징이나 런던에서의 추가 양자 정상회담도 제안했다.
중국과 영국 간 정상회담은 6년 만이다. 영국 보수당 집권 시절 중·영관계는 홍콩 인권문제와 영국 공공기관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등으로 마찰을 빚었다. 이날 회담은 협조적인 분위기로, 중국과 이견에 대해 강경하게 접근한 보수당 정권 때와 극명히 대조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다만 스타머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진지하고 실용적 관계를 추구하지만,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고 대만과 홍콩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를 시 주석에게 전했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중국 측은 정상회담 결과 보도자료에서 스타머 총리의 대만·홍콩 발언을 빼고 전했다.
시 주석은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에서는 한층 더 우호적 메시지를 던졌다. 시 주석은 최근의 중·호 관계 개선을 언급하면서 “중국과 호주 사이에 근본적인 이해 상충은 없다. 공동 발전을 이룩해 나가자”고 말했다. “호주가 중국 기업에 차별 없는 사업 환경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도 전했다.
앨버니지 총리도 “우리 관계 안정화에 고무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무역이 자유롭게 흘러 양국과 국민, 기업을 이롭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우리는 주권이나 국익을 양보하지 않고도 220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제약을 철폐했다”며 “이를 계속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호주를 미·중분쟁에 끌어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호 관계 역시 2018년 호주가 반중노선을 취하면서 냉각됐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2020년 코로나19 기원 국제조사 요청과 중국의 호주산 랍스터·와인 등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호주의 2021년 오커스 가입 등을 거치며 양국 관계 긴장이 절정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앨버니지 총리의 베이징 방문을 계기로 갈등을 봉합하고 해빙기를 맞았다.
시 주석의 행보는 트럼프 집권 2기에 중국이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중국이 영국, 호주와도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가 이것이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영·호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 결성으로 이어진 것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시 주석은 19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서방 국가와의 정상 외교를 이어간다. 다만 우크라이나 문제로 숄츠 총리와의 회담은 껄끄러울 전망이다. 숄츠 총리는 중국 신장에서 생산된 드론이 러시아로 수출돼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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