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9 (화)

이슈 국방과 무기

美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용에… 푸틴, 러 핵교리 개정 승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크라, 서방 장거리 미사일 사용하면 핵 대응”

우크라 매체들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타격 시작”

조선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셔터스톡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러시아의 ‘핵 교리(핵무기 사용 규정)’ 개정안에 공식 서명했다고 러시아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비(非)핵보유국이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한다면 이를 양국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두 나라 모두 핵무기로 보복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 개정의 골자다. 지난 17일 “미국이 사거리 약 300㎞인 에이태킴스(ATACMS·미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 등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우크라이나에 허용키로 정책을 바꿨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개정안에는 특정 국가가 언급되진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미국에 대한 대응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의 중요 군사시설을 타격한다면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에도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노골적 위협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이날 “에이태킴스를 이용한 러시아 내 북한 관련 목표물 타격이 시작됐다”는 보도도 내놨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의 새로운 핵 교리인 ‘핵 억제 분야 국가 정책의 기초’를 승인하는 법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약 2개월 전인 지난 9월 25일 국가안보회의에서 핵 교리 개정을 공식 주문했다.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 장관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동반 방문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무기의 사용 제한 해제 요구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푸틴이 19일 최종 승인한 개정 핵 교리는 9월 공개된 개정안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변경된 교리의 첫째 핵심 내용은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공격해 오면, 이를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를 공격하는 나라가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이 나라가 핵무기 보유국의 무기 지원을 받을 경우, 해당 국가는 물론 이 국가를 지원한 나라도 핵무기 공격의 대상이 된다. 기존 핵 교리가 ‘핵무기를 보유한 교전 당사국’만 핵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것에 비해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비핵보유국은 우크라이나, 핵보유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이 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이번 핵 교리 개정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비핵 미사일을 사용하더라도 러시아의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로 추가된 내용은 “러시아와 동맹국에 대한 미사일·항공기·무인기 공격, 또 이러한 공격이 대규모로 이뤄진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으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핵 교리는 러시아가 핵 공격을 받았을 때, 혹은 전면전 상황에서 적의 지상군에 의해 수도 모스크바가 위협받는 등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에 한정해 핵 보복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현재 전장에서 흔히 쓰이는 미사일·드론(무인기) 등을 이용한 공습만으로도 ‘러시아의 피해 규모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핵무기를 쓸 수 있게 됐다. 핵무기 사용 기준을 크게 완화한 셈이다. 타스통신은 “새 교리는 핵 억지력의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 동맹의 범위, 또 그러한 억지력이 대응하는 군사 위협의 목록을 확장했다”며 “러시아는 주권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러시아 영토를 겨냥한 적 항공기와 미사일·드론의 대규모 공격,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도 핵 대응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푸틴은 개정안을 일찌감치 마련해 두었다가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요청해 온 대로 장거리 타격 무기 제한을 풀기로 결정하자 핵 교리 개정안에 서명하고 이를 발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 핵 교리는 이날부터 바로 적용된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 등은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킴스로 러시아 영토 내 목표를 처음 타격했다”는 보도도 했다. 국경에서 약 130㎞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주 카라체프의 군사시설이 표적으로, 이곳에는 대량의 북한산 무기가 보관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격 사실을 인정했으나 어떤 무기를 사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영국과 프랑스도 스톰 섀도·스칼프 미사일(사거리 약 250㎞)의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혹은 종전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혀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기 전에, 우크라이나에 힘을 더 실어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에이태킴스의 사거리 내에 있는 러시아 중요 군사 시설만 245개”라며 “이 중 러시아군 전력에 핵심적인 공군 기지가 15개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파리=정철환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