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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고종 41세 생일엔 이런 상이 9번... 안주로만 63가지 음식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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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궁중음식전’

조선일보

임진진찬 미수 중 초미(첫 번째 안주상)를 재현한 상. /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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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고종 29) 9월 24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고종의 즉위 30주년이자 41세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진찬은 3일에 걸쳐 열렸고, 임금이 받은 상만 대탁(왕에게만 올린 가장 큰 장식상), 찬안(잔치 주인공과 왕실 가족 앞에 놓인 장식상), 별행과(차 또는 술과 곁들여 먹는 음식상), 미수(술과 동반되는 안주상) 등 10가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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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임진진찬에 올라간 9번의 안주상이 전시장에 재현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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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도 안주상만 아홉 번에 달했다. 술 한 잔 헌작할 때마다 7개의 찬으로 구성된 안주상을 새로 올렸다. 세자와 대신들은 고종에게 9번의 술을 헌작하며 모두 9번의 상을 올렸으니, 고종은 총 63가지의 음식을 안주상으로만 맛볼 수 있었다. 첫 상엔 천엽전과 전복 조림, 신선로, 두 번째 상엔 생소라 조림, 낙지전, 해삼전, 완자탕, 세 번째 상엔 석류, 굴전, 생선찜, 생전복회, 쇠골탕 등이 접시마다 높이 쌓였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0일 개막하는 특별전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에서 화려했던 9개의 안주상을 모형으로 볼 수 있다. 박물관은 “9번의 술잔을 올리고 7가지 찬의 미수를 올린 사례는 궁중 진연 중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라며 “왕은 잔치가 끝난 뒤에 수고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기쁨을 나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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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은제 제기 모음. /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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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의 음식 문화를 조명하는 전시다. 궁중음식에 대한 기록과 그림, 궁궐 부엌에서 사용한 각종 조리 도구 등 2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왕은 하루 평균 다섯 번의 식사를 했다. 아침 수라는 오전 10시, 저녁 수라는 오후 5시에 올리고, 이른 아침과 점심, 잠자리에 들기 전 가벼운 음식을 먹었다. 궁중음식은 고도의 정치이기도 했다. 임금은 측근 신하에게 진귀한 식재료를 하사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고, 군사들에게는 호궤라는 이름으로 술과 고기를 내려보냈다. 정조가 채제공에게 큰 홍어를 선물하며 보낸 글도 전시장에 나왔다. 내년 2월 2일까지. 무료.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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