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주식 판매 속여 15억원 가로챈 사기 조직 9명 검거

실제 보유하지 않은 비상장 주식을 매도할 것처럼 속여 80여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챈 사기 조직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전기통신금융 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사기 조직 총책 A씨(28)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직원 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상장 예정인 주식을 실제 갖고 있는 행세해 86명으로부터 15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818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지난 5월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들에게 연락해 사기 조직을 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조직은 검거 직전인 지난달 말까지 경기 부천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자들에게 비상장 주식 매수를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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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짜고 단계별로 피해자 유인…관심 집중된 공모주 종목 활용해 치밀하게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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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조직은 총책과 관리책, 유인책으로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투자자문업체·증권사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끌여들었다.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사기 시나리오 멘트./사진=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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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공모 일정이 알려진 비상장 주식 중 사람들의 관심을 끈 종목을 범행에 활용했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공모 절차에 참여하더라도 높은 경쟁률 때문에 많은 주식을 배정받을 수 없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초기에는 폐쇄된 로또 번호 예측 사이트의 유료 회원 정보를 보고 전화를 걸어 "폐쇄된 사이트를 인수했는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으로 보상하겠다"고 접근했다.

이 수법이 통하지 않자 SNS에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 광고를 게재한 뒤 광고 하단의 버튼을 누른 이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원들은 투자자문업체와 증권사 직원을 사칭해 직접 전화를 걸고 피해자들이 주식을 매수하도록 끌어들였다.

이들이 SNS에 게재한 동영상 투자 광고는 텔레그램을 통해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 배우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홍보하는 내용이지만 이는 광고업자에 의해 조작된 허위 영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총책과 관리책, 유인책으로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투자자문업체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대주주 보유분 주식을 대량으로 갖고 있는데 회사 홍보 차원에서 상장이 확정된 비상장 주식을 무료로 주겠다"며 대화방으로 초대하거나 주식거래 사이트로 유인한 뒤 10주가량의 주식을 입고했다.

이후 또 다른 직원은 자신을 증권사 직원이라 소개하며 "주주 명부를 확인했고 비상장 주식을 비싼 가격에 사주겠다"고 피해자들의 환심을 샀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문업체를 사칭한 조직원이 다시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면 상장 직후 10배 이상의 고수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매매대금을 받은 뒤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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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까지 언급하며 적법성 강조…검거 직전까지 피해자 포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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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8월 피싱 피해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들의 범행 정황을 발견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에게 '경찰이 피싱 피해금을 환급해준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내고 자신들의 손실 보상이 적법한 절차인 것처럼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달 이들 조직이 사용하던 오피스텔을 급습해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한 점에 비춰 형법상 범죄집단조직·활동 혐의도 적용했다.

추후 경찰은 이들 조직이 취득한 범죄 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하고 환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유명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와 맞물려 공모주 청약에 관심이 집중되자 단기간 고수익을 약속하고 가짜 주식을 판매하는 유형의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며 "신뢰할 수 없는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SNS(소셜미디어) 광고 영상에 개인 정보를 남길 경우 범죄 조직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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