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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단독]‘장애인 의무고용’ 안 지켜 수십억 부담금 내는 대법원…국회, ‘경고성’ 예산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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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관리절차 지원’ 예산 29억여원도 전액 삭감

국선변호인 지원, 초과근무수당 등은 증액

경향신문

대법원 전경사진.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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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법에서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아 매년 고용부담금으로 수십억원을 내는 일이 반복되자 국회가 법원의 운영지원금 중 일부 예산을 삭감했다.

20일 경향신문이 확인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보면 대법원 소관 내년도 예산은 약 240여억원 늘었다. 대부분 예산이 증액됐는데 ‘본부 운영지원금’ 중 ‘공공요금 및 제세’ 항목 예산에서 3억6300만원을 삭감했다. 국회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는 “대법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다른 중앙 행정기관에 비해서도 (장애인 고용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대법원에 장애인 의무고용 확대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취지로 감액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이 법이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아 최근 4년(2020~2023년)간 낸 고용부담금은 80여억원에 달한다. 납부액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이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다.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국회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가 법원의 운영지원금 일부를 삭감한 건 법을 잘 준수하라는 ‘경고성’ 의미로 풀이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이같은 삭감안을 수용키로 했다.

‘감정관리절차 지원’ 예산 29억63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감정관리위원의 적정 업무량과 직무범위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법원행정처는 증액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국회 설득작업을 하고 있다.

그 이외의 법원 예산은 증액됐다. 약 240여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법원 예산 증액안을 뜯어보면 국선변호인 지원 관련 예산이 178억6600만원 증액됐다. 법원은 고령화 등에 따른 만 70세 이상 범죄와 단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죄가 증가하면서 국선변호인 수요가 늘어난 만큼 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국선변호인 관련 예산은 국민의힘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정책 연구개선, 법원시설관리 등의 예산도 늘어났다. 예산 고갈 문제를 겪었던 법원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예산도 늘어나 내년엔 수당 지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법원행정처가 예산 부족으로 초과근무인정 시간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자 법원 구성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예산안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

사법부 예산 증액은 국회가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등 법무부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과 대비된다.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법원을 회유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종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예산을 후하게 책정함으로써 법원에 당근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 [단독]‘예산 없다더니’···대법원, 장애인 의무고용 안 해 낸 돈 4년간 80억원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9241532001



☞ [단독]법원행정처, 초과근무 인정 ‘월 57→25시간’ 축소 추진···직원들 반발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21151201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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