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조의 외설(ExTalk)]
서울시장·대선 때 주목 받은 청년
美 대선에서도 청년 표 결정적 역할
2030여성까지 트럼프 지지
트럼프 장남, K청년 보수에도 관심
20·30대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했습니다. ‘요즘 애들은 나 밖에 모르고 세상사엔 관심 없다’는 식의 어른들의 편견을 깼습니다. 많은 언론이 부동층·스윙보터로 떠오른 2030을 조명했습니다.
이들은 유세 트럭에 올라 외쳤습니다. 학교나 일터에서 억울하고 속상했던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딴 건 필요 없다. 공정과 상식만 보장해달라’고 했습니다.
주목된 건 이들이 반좌파, 친우파적 성향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그간 2030은 우파 가치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젊었을 때는 진보, 나이 들어서는 보수라는 말도 자주 거론됐죠.
그런데 이런 통설이 깨지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지금의 2030에게 이들의 부모뻘인 50대의 진보적 가치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보수 청년들은 그렇게 서울 시장 선거 때 정치권의 조명을 받았습니다. 1년 뒤 대통령 선거 때도 최대 부동층이자 스윙보터로서 주목 받았습니다.
◇트럼프 찍은 MZ 10% 증가… 남녀 모두 우클릭
그래픽=송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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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유권자는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직 개표 집계가 완료되진 않았지만 미 터프츠대 연구소가 중간 단계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18~29세 유권자의 46%가 트럼프를 찍었습니다. 해리스는 52%였습니다.
여전히 이전에도 그랬듯 젊은층의 다수는 민주당 후보를 찍은 것이지요. 하지만 해리스는 울상이었습니다. 언론은 청년 유권자의 덕을 본 후보는 다른 아닌 트럼프라고 했습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청년 유권자의 표를 36% 밖에 얻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무려 10%포인트가 많은 46%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2~3%포인트도 아닌 두 자릿수 점프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특히 청년 남성은 2020년 트럼프 선택이 41%였지만 이번에 56%로 15%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청년 여성은 이번에 58%가 해리스, 41%가 트럼프를 찍었습니다. 역시 여성 과반수가 민주당 후보 해리스를 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2020년 대선 때와 비교하면 해리스의 참패입니다.
2020년 때는 청년 여성이 트럼프를 33%밖에 찍지 않았습니다. 즉 트럼프가 이번에 8%포인트의 청년 여성 표를 더 가져왔습니다. 해리스는 그만큼 여성의 마음을 잃었습니다.
4년 만에, 많은 청년 유권자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우클릭한 것입니다. 남성 쪽에서 두드러졌지만 여성도 그랬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민주당은 여성에 인기가 많은 정당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해리스가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낙태권(생식권이라고도 하더라고요)을 찾자’ ‘트럼프는 여성 편력이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날리며 전폭적인 여성 지지를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청년 쟁탈전에서 사실상 트럼프가 완승을 거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터프츠대 분석을 보면 청년 층의 투표율은 전국적으로는 42%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조지아·미시건·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7대 경합주에서는 평균 50%로 8%포인트 더 높았습니다. 승부를 가르는 경합주에서 청년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며 당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미 정치 한복판에 선 2030
조 로건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309 이벤트에서 함께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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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나 해리스 캠프도 일찌감치 이번 선거에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걸 알고 유세 기간 이들을 공략하려고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선거 막판 트럼프는 젊은 남성들이 애청하는 조 로건(Joe Rogan)의 팟캐스트에 예정보다 길게 3시간 넘게 출연해 경합주 유세에 지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공을 들일 가치가 있었다고 본 것이죠.
해리스도 2030여성에게 인기 있는 팟캐스트 ‘콜 허 대디(Call Her Daddy)’에 출연해 표심 구애를 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젊은이들이 그들의 부모 세대와 달리 경제적 낙오자가 될까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리스보다 트럼프가 물가 폭등, 중동 전쟁 등 미국의 여러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 같아 그를 뽑았다는 젊은이들이 많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낙태 이슈 등은 의외로 이번에 젊은 층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밀어붙인 이슈가 젊은 층의 표심을 흔들지 못했고, 오히려 이걸로 일부 유권자로부터 반감을 샀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낙태 같은 이슈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데는 어차피 민주당 텃밭인 블루 스테이츠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선거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스윙스테이츠에선 ‘먹고사는 문제’가 최대 화두 였기 때문에 민주당이 강조하는 기후변화나 낙태, 동성애는 관심 대상에서 밀렸습니다.
◇트럼프 장남과 소통하는 한국 청년 보수
빌드업 코리아의 김민아 대표가 트럼프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를 인터뷰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엠킴Mkim 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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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 전에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국계 미국인 행사에 초대를 받아서 참석했는데요. 이 곳에서 우연히 이번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 행사를 기획·주관한 빌드업 코리아의 김민아 대표를 만났습니다.
지정된 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옆에 김 대표가 앉아 자연스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빌드업 코리아는 MZ세대인 김민아 대표가 2년 전 설립한 보수 청년 단체입니다. 현재 미 조지아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는데요, 보수의 가치가 잘못 알려지고 폄하되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 이를 바로 잡고 제대로 알리려는 활동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연례 국제행사인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사무국 일원으로 참여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미국의 보수 청년 단체인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Turning Point USA)’라는 단체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지금의 ‘빌드업 코리아’를 세우게 됐다고 합니다.
이에 빌드업 코리아 통해 지난 2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콘서트 같은 형식으로 대규모 정치 행사를 열었고요. 올해 8월 서울 코엑스 행사 때는 트럼프 주니어가 방한해 바로 이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빌드업 코리아라는 한미 보수 청년 단체가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소식이 트럼프 캠프 측까지 전해져 트럼프 주니어 측까지 연락이 닿았다”면서 “트럼프 캠프는 미래 세대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를 계기로 지난 5일 대선 때도 플로리다 팜비치에 차려진 트럼프 캠프 선거 본부에서 개표 방송을 봤다고 합니다.
◇트럼프와 직통 가능한 미 청년 보수 커크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액션 설립자가 지난 10월 17일 투손 애리조나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31세인 커크는 젊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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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 코리아의 모티브가 된 ‘터닝포인트 USA’의 설립자인 찰리 커크(Charlie Kirk)는 대선 기간 트럼프와 여러 차례 직접 전화 통화를 할 정도로 밀접합니다.
커크가 팟캐스트 등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생방송을 하는 도중에 트럼프와 실시간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이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연출됐습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터닝포인트 USA의 인기 동영상은 수백만도 아니고 수천만도 아니고 수억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커크가 리버럴한 동년배 학생들과 ‘토론 배틀’을 하는 영상은 조회수 20억회를 돌파했습니다.
커크 계정에 올라온 영상의 조회수만 이정도이니 무단으로 유포돼 소비된 걸 생각해보며 30억~40억회 이상 조회됐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트럼프로서는 이런 보수 청년 스타 커크의 지지는 천군 만마 같이 여겨졌을 것입니다. 커크는 2012년 “애국심, 생명 존중, 자유, 가족, 재정적 책임과 같은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를 회복하겠다”면서 터닝포인트 USA를 창립했습니다.
터닝포인트가 인터넷 활동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올해 대선 기간 ‘당신은 세뇌당하고 있다’는 슬로건을 걸고 전국의 대학 캠퍼스를 돌며 ‘정치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이민, 경제, 과학, 기독교 신앙, 낙태, 역사 등 여러 주제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하고 반대 입장의 학생들과 공개 토론을 했던 것입니다. 찾은 학교가 25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백악관 대변인에 27세 여성 발탁한 트럼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대변인으로 지명된 캐럴라인 레빗이 2022년 선거에서 뉴햄프셔주 런던데리의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로 나와 유세를 하던 모습. 집회에서 청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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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의 인선이 전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저는 지난 18일 새 백악관 대변인 인사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트럼프의 ‘입’으로 뽑힌 캐럴라인 레빗(Karoline Leavitt)입니다. 그는 1997년생 27살로 ‘Z세대(Gen Z)’입니다. 미 역사상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앞으로 청년 세대를 전략적 파트너로 최대한 끌고 가려고 하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레빗은 나의 역사적인 선거 운동에서 내신 대변인으로 놀라운 일을 해냈다”며 “그는 똑똑하고 강인하며, 고도로 유능한 소통 전문가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대변인 연단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국민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Make America Great Again)’는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등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들 못지 않게 요즘 미국 청년들도 높은 물가와 집값, 어려운 취업으로 불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미국에 엔비디아나 구글, 애플, 모건스탠리 등 아무리 좋은 IT, 금융 컨설팅 기업이 있다해도 모두가 컴퓨터 엔지니어가 되고 고액 연봉자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압도적 지지로 백악관에 돌아온 ‘트럼프 군단’이 앞으로 대(對)청년 정치를 어떻게 펼쳐나가는지, 터닝포인트 USA 같은 청년 보수 지지자들과는 어떻게 ‘티키타카’를 할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포인트입니다.
◇미국 MZ 좀 더 탐구해보기
미 청년 보수 스타 찰리 커크의 저서 두 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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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스레터 외설을 읽으시면서 찰리 커크의 토론 배틀 영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나요? 커크는 대체 어떤 청년인지 좀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지는 않으셨나요?
찾아보니 커크는 저서가 두 권이나 있습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 커크의 저서를 읽어 요약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커크의 토론 배틀 영상도 같이 담아서요. 구독만 해주시면 메일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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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노석조 기자·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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