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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히잡 의무화’ 이란서 속옷 시위한 여대생, 선처받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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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속옷 차림으로 캠퍼스를 걷고 있는 여대생.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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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엄격한 복장 규정을 강요하는 이슬람 국가 이란에서 속옷 시위를 벌였던 여자 대학생이 이례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났다.

19일(현지시각) BBC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 대변인은 해당 여대생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가족에게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란 사법부 아스가르 자한기르 대변인은 “(체포 이후) 그녀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그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밝혀져 가족에게 인계되었다”며 “그녀에 대한 어떠한 법적 소송도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BBC는 “이란 당국이 의무적인 히잡 착용에 항의하는 여성을 정신 질환자로 몰아붙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여대생은 최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한 대학교 교내에서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다 경비원에게 체포됐다. 소셜미디어 등에 유포된 영상을 보면 이 여대생은 속옷만 입은 채 대학 캠퍼스 계단 난간에 앉아있거나, 여유 있게 교내를 걸어 다녔다.

이 여대생은 속옷 차림 시위를 하기 전 대학 내 종교경찰로부터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속옷 차림으로 시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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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착용 단속에 속옷 차림으로 항의한 이란 여성의 캐리커쳐가 소셜미디어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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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신체 노출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이란에서 여성이 속옷 차림으로 공권력에 항의하는 모습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여대생을 지지하는 영상·사진·캐리커처가 공유됐고,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이란 영사관 인근엔 여대생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여대생이 순식간에 ‘저항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것이다.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 이란 지부는 성명을 내고 “이란 당국은 폭력적으로 체포된 대학생을 무조건 바로 풀어줘야 한다”며 “그를 고문 등 학대하지 말아야 하고 가족 및 변호사와 접촉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었다.

한편 이란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2022년 9월에는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체포됐다가 구금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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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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