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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김건희 개목줄” ‘댓글부대’ 의혹 커지는데…입 닫은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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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열린 쿠키뉴스 창간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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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20일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가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한 대표는 이날도 답변을 피한 채 침묵을 이어갔다. 한 대표의 침묵을 두고 당 안팎에선 한 대표 가족이 실제로 연루됐거나, 지난 전당대회 당시 의혹이 불거졌던 ‘한동훈 댓글팀’과 관계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표와 가족 명의 비방글 1100여건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작성된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이 당원게시판에 무더기로 올라온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 5일이다. 일부 정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서 작성자 ‘한동훈’으로 검색하면 “○○(김건희 여사)는 개목줄 채워서 가둬놔야 돼”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 200여건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이날 밤 한 보수 유튜버가 이를 방송하면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일부 당원들은 한 대표의 아내, 딸, 어머니, 누나, 장인, 장모의 이름으로 작성자를 검색해 비방 글 900여건을 더 찾아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은 휴대전화 등으로 실명인증을 한 당원들만 글을 쓸 수 있는데, 작성자는 ‘한**’ 식으로 앞 글자인 성만 표시된다. 그런데 전체 이름으로 작성자를 검색하면 그가 쓴 모든 글을 찾을 수 있는 ‘오류’가 있었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당원 가운데 “한동훈이라는 동명이인이 8명”이라며 글쓴이가 한 대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공교롭게도 당원 게시판은 6일 새벽 1시부터 오전 9시30분까지 ‘점검 중’ 상태였는데, 이후 작성자 검색 기능이 폐지됐다.



하지만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진상 규명을 위한 당무감사 요구가 터져 나오고, 다른 보수 유튜버의 고발을 접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이 13일, 한 대표 명의 비방 글을 방송한 유튜버를 겨냥해 “그 글은 한 대표와 무관하다. 시정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했지만 당원과 누리꾼들은 의혹 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민감한 국면마다 쏟아진 글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날 한겨레에 공개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온가족 드루킹 의혹 참고자료’를 보면, 한 대표와 가족 명의 게시글은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내던 2023년 1월부터 최근까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면마다 비슷한 시간대에 쏟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가장 많은 글이 올라온 건 한 대표가 4·10 총선 참패 뒤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칩거하던 중 7·23 전당대회 등판론이 나오던 5월8일이다. 당시 당원들 사이에선 4월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저자세를 보였다며 탈당 요구가 터져 나왔다. 이날 하루만 한 대표 이름으로 쓴 글이 51개다. 비슷한 시간에 게재된 글의 제목은 “한 지지자들은 말과 단어도 품격이 있음” “전당대회를 무서워하는 윤(대통령)과 떨거지들” 등이었다.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이뤄진 5월9일에도 한 대표 명의의 윤 대통령 비방 글이 24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재가한 8월13일엔 한 대표 장모 명의 글 37건이 게시됐다. 한 대표는 복권 결정이 알려진 8월9일부터 반대 뜻을 밝혔는데, 9일부터 13일까지 장모 이름으로 올라온 복권 반대 글은 111건에 이르렀다. 장모 명의 글은 한 대표 취임 뒤 친윤계 정점식 당시 정책위의장의 거취를 두고 갈등을 벌일 때인 7월25~29일에도 30건으로, 대부분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한 대표 딸 명의로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것과 똑같은 글이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 누리집의 뉴스 댓글, ‘디시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인물은 한 대표가 전당대회를 준비하던 6월20일 디시인사이드에 ‘한 대표 캠프에 꽃풍선을 보내자’는 취지의 글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과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글은 동일 아이피(IP)”라며 “가족 아이디를 이용해 여론 조작을 했으면 결코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입 꾹 닫은 한 대표





글의 작성자가 실제로 한 대표와 가족들인지, 아니면 명의를 도용당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친윤계는 거듭 당무감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친한계는 여기에 선을 그으며 “경찰 수사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게시글의 양상과 규모를 볼 때 한 대표 가족을 포함해 여러 인물들의 실명 정보를 이용한 댓글팀이 활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7월 “직접 보고 들은 게 있다. 한 후보가 법무장관 시절 여론 관리를 해주고 우호적인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비슷한 시기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댓글팀으로 의심되는 포털사이트 계정 24개를 발견했다”며 계정 아이디를 공개하기도 했다.



열쇠를 쥔 한 대표는 논란이 불거진 지 2주가 넘은 이날도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거나 “제가 오늘 백브리핑 안 하겠다고 했다”며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당 안에선 이런 대응이 문제를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의 한 초선 의원은 “한 대표의 평소 스타일상 사실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말을 안 하겠냐”며 “본인이 의혹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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